[사설]한-미공조 기반, 더 다져야

  • 입력 2001년 7월 29일 18시 40분


엊그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방한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한미(韓美)간의 대북(對北) 공조체제를 재확인해준 기회였다. 파월 장관은 “미국은 북한과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대화를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예전보다 한결 누그러진 입장을 밝혔다. 이는 하루빨리 북-미(北-美) 대화가 재개되기를 바라는 우리 정부의 희망을 미국측이 받아들인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듯 확고해 보이는 한미 공조체제의 이면에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고 본다. 이번 파월 방한에서 미국은 북-미대화 재개에 다소 느긋한 태도를, 우리는 보다 조급한 모습을 보여 미묘한 입장 차를 드러낸 것이 그 예다. 에드워드 동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대북협상 관련국 중에 조급하게 서두르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꼬집었다는 얼마 전 외신 보도도 한미 공조체제를 재점검해볼 필요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다.

사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출범 초기에 보였던 대북 강경인식은 지금도 여전하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말이다. 최근 잭 프리처드 미 한반도평화회담 특사가 미 하원에서 한 말도 워싱턴의 그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프리처드 특사는 “북한에 경수로 핵심부품을 전달하는 단계에서 실시하도록 돼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북한이 거부할 경우 경수로 사업은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북한이 경수로 건설 지연에 따른 전력 손실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대화 분위기 조성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북한을 변화로 이끄는 양대 축이 된지 이미 오래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특히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에 치중해오면서 한미 공조체제의 내실을 다지는 데에는 소홀히 해온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더욱이 북한은 최근 대러, 대중(對中) 외교를 강화하며 북방 3각관계를 다지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일본과는 역사 교과서 문제 등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미국과도 대북 인식과 접근방법에서 미묘한 입장 차를 드러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미 공조체제의 강화를 위해서는 공식 외교뿐만 아니라 다양한 채널을 활용한 비공식 접촉과 설득 등 이른바 전방위적 외교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가 미 워싱턴 정가(政街)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상대로 얼마나 그런 노력을 기울였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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