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눈 내리는 여름밤'

  • 입력 2001년 7월 29일 18시 29분


‘날씨가 영업 상무’라는 말은 빙과 음료업계에서만 통하는 게 아닐 것이다. 골프장, 해수욕장, 스키장 등 날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분야는 적지 않다. 한밤의 최저 기온이 섭씨 25도 이상 되는 열대야가 이어지는 요즘 심야 할인매장, 심야 영화관, 심야 헬스클럽, 인터넷 게임방 등이 호황이라고 한다. 더위에 지친 시민들이 잠을 줄이더라도 시원한 곳에 머물겠다고 마음먹는 까닭이다. 여름철 심야 풍속도가 달라진 셈이다.

▷날씨 산업도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고 한다. 날씨 정보를 서비스하는 회사도 있고, 날씨에 관련된 보험상품도 심심찮다. 날씨 정보회사는 결혼식이나 운동회 같은 행사 예정일의 날씨 정보를 제공하며, 보험회사는 날씨 정보가 틀리면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식이다. 날씨 정보회사는 실생활과 연계된 각종 지수도 개발해 영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나들이지수, 빨래지수, 세차지수, 냉방지수, 식중독지수, 감기지수를 내는가 하면 최근에는 모기의 활동에 착안한 모기지수도 발표한다.

▷여름철 날씨와 관련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불쾌지수이다. 불쾌지수는 1957년 미국의 한 기후학자가 기온과 습도를 조합해 만든 체감 기후지수이다. 우리나라 기상청도 매일 발표하는데 68 이하이면 모두 쾌적하게 느끼지만, 70에서 불쾌하게 된다고 한다. 75에서는 10%, 80에서는 50%, 83 이상이면 모두 불쾌감을 갖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불쾌지수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있다. 사람마다 체감지수가 다르고, 지수 자체가 더운 날씨에 짜증을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쾌지수가 83이 넘는 낮, 열대야의 밤’에 뭔가 시원한 일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를테면 ‘눈이 오는 여름’ 같은 것인데 때마침 국립극장은 그에 딱 들어맞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다음주의 ‘열대야 페스티벌’에 얼음길을 걷고 인공 눈을 맞는 ‘눈 내리는 여름밤’ 행사가 포함돼 있다. 벌써부터 시원한 느낌을 주지 않는가. 막말 대결에서 순발력과 기발함을 과시한 정치권도 이런 시민 납량프로그램을 내놓는다면 생활리듬 유지에 도움이 될 법한데.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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