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etro Diary]처녀엄마 닮은 꼬마 컴퓨터

  • 입력 2001년 7월 26일 18시 48분


집에서 서류작업 도중 컴퓨터가 고장나 전자상가에 전화를 했더니 가져오면 고쳐주겠다는 것이었다. 마침 자동차도 수리중이어서 나는 궁리 끝에 옆집 아줌마의 유모차를 빌려 컴퓨터를 싣고 두 블록 떨어진 상가로 향했다. 행인들은 나이 어린 처녀인 내가 유모차를 끌고가니 이상하다는 듯 힐끔 보다가 아기 대신 컴퓨터를 발견하고는 빙그레 웃곤 했다. 어떤 아저씨는 능청스럽게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꼬마 참 예쁘기도 하다. 꼭 엄마 닮았네.”

퇴근길 전철을 타고 가던 나는 한 역에서 기차가 서자마자 예쁜 아가씨가 뛰어내려 꽃을 들고 기다리던 한 청년의 품에 안기는 것을 보았다. 나는 옛날 집사람과 연애하던 시절을 생각하며 “좋을 때지”라고 무심결에 웅얼거렸다. 그러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한 아주머니가 대꾸하듯 말했다. “그러게 말예요, 결혼하지 말고 그냥 저렇게 살아야 하는데….”

<연국희기자>ykook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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