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올스타게임을 말한다

  • 입력 2001년 7월 9일 20시 24분


올해로 72회째를 맞는 올스타게임이 오는 7월 11일 시애틀의 홈구장인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다. 박찬호가 빅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올스타에 선정되면서 이번 올스타게임은 우리나라 팬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웃나라인 일본에게는 이번 올스타게임이 그들의 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치로 스즈키가 신인으로는 최초로 최다득표의 영예를 안았고 카즈히로 사사키도 발군의 마무리 솜씨로 올스타에 선정되었기 때문.

올스타게임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

1. 편중된 아메리칸 리그

지난 5일 올스타게임 출전선수 명단이 발표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조 토레 감독에게 의문의 눈길을 던졌다. 이날 명단에 뉴욕 양키스의 선수가 무려 7명이나 포함되었기 때문. 따라서 6명이 출전하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함께 두 팀에서만 13명의 선수가 이번 올스타게임에 출전한다.전체 로스터가 30명임을 감안하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선수들이 양키스와 시애틀 소속이라면 형편성 문제에서 많은 시비거리를 낳을 수 있다.

시애틀이야 팬투표에 의해 4명이 선발되었지만 양키스는 7명 모두가 감독 추천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결국 이와 같은 결정은 선수 선발권을 쥐고 있는 조 토레 감독의 횡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로저 클레멘스, 호헤이 포사다, 마리아노 리베라, 버니 윌리엄스의 선정은 어느정도 이해가 가지만 앤디 페팃이나 셋업맨인 마이크 스탠튼 그리고 특별한 활약을 보이지 못한 데릭 지터의 발탁은 확실히 무리수였다.올시즌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맞붙게 될지도 모르는 시애틀에 대한 견제심리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는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양키스는 이번 올스타게임에서 최다 배출팀으로 남게 됐다. 전통적으로 큰 경기에 강한 양키스의 특성을 감안하면 시애틀의 축제가 될뻔한 이번 올스타게임에서 확실한 훼방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 주목받는 선수 최고의 화제는 역시 스즈키 이치로.

아무리 일본인들의 몰표가 있었지만 300만표가 넘는 득표는 이치로의 가치를 확실히 증명해주는 것. 더구나 홈런 신기록 행진을 벌이고 있는 배리 본즈와 무려 100만표 이상의 차이가 난 점은 미국인들의 이치로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틀랜타의 선발 투수 존 버켓이 선정된 것도 흥미로웠다. 사실 버켓은 리그 1, 2위를 다투는 빼어난 방어율에도 불구하고 승수가 6승밖에 되지 않아 올스타 선정이 불확실했으나 팀동료인 그렉 매덕스의 배려로 시애틀행 비행기표를 받을 수 있었다. 볼티모어의 '살아있는 전설' 칼 립켄 주니어는 데이빗 벨을 간발의 차이로 따돌리고 19년 연속 올스타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올시즌 종료후 은퇴를 선언한 립켄이기에 이번 올스타게임은 본인의 마지막 무대가 되는 셈.

신인들의 돌풍도 거세게 불었다. 아메리칸 리그는 스즈키 이치로 1명이지만 내셔널리그에는 3명의 선수가 무더기로 선발됐다. 세인트루이스의 알버트 푸졸스 앨버트 후흘스는 최근까지도 식을줄 모르는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무난히 올스타에 선정됐고 밀워키의 벤 쉬트는 10승 고지에 오르면서 시드니의 영광을 빅리그에서도 재현하고 있다.

이 둘이 예정된 올스타라면 필라델피아의 지미 롤린스의 발탁은 다소 의외였다. 팀내에 큰 활약을 보인 선수가 없다는 점이 롤린스에게 플러스 요인. 마이크 리버달은 부상으로 쓰러졌고 스캇 롤렌은 부진에 빠졌다. 좌완 투수 오마르 달은 재기에 성공했으나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했고 마무리투수 호세 메사는 높은 방어율이 문제였다. 후안 곤잘레스(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래리 워커(콜로라도 로키스)는 나란히 재기에 성공하며 올스타에 선정됐고 올시즌 최대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미네소타 트윈스는 에릭 밀턴, 조 메이, 크리스티안 구즈만 등 3명의 올스타를 배출하며 팀성적에 대한 보상을 톡톡히 받았다.

3. 별들은 없다.

'별들의 잔치'로 불리우는 올스타게임에 마크 맥과이어, 페드로 마르티네즈, 노마 가르시아파라, 그렉 매덕스, 켄 그리피 주니어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이 빠져있어 많은 실망을 주고 있다. 즉 별들의 잔치에 정작 주인공인 별들은 없는 셈이다. 최고 투수인 마르티네즈의 투구를 볼 수 없다는 점은 국내팬들에게도 많은 아쉬움이 남을 듯하다. 최근 2차례나 부상자 명단에 올라간 상황이라 출장이 쉽지만은 않은 상태. 마르티네즈의 공백으로 아메리칸리그 선발 투수 자리는 로저 클레멘스의 몫이 됐다.

방어율 1위인 매덕스의 탈락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고 맥과이어나 그리피, 가라시아파라는 부상으로 인해 올스타 게임을 TV로 지켜봐야 했다. 이밖에 카를로스 델가도나 라파엘 팔메이로, 제프 베그웰, 마이크 무시나 등 단골 올스타 멤버들도 역시 초청을 받지 못했다.

4. 아쉽게 탈락한 선수들

미네소타의 초반 돌풍을 주도한 브래드 라드케는 선정이 유력시됐으나 6월 부진(1승 3패, 4.35)에 빠지면서 시애틀 비행기표를 팀동료인 조 메이에게 양보해야 했다. 아론 세레(시애틀, 9승 1패, 3.65)나 팀 휴드슨(오클랜드, 8승 5패, 3.17)도 개인성적으로 보면 앤디 페팃에 비해 조금도 부족함이 없지만 조 토레라는 든든한 보호막을 가진 페팃에게 밀리고 말았다.

그리고 가장 불운한 투수 존 로커. 만약 로커가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 되어지지 않았더라면 로커는 가장 확실한 올스타였다. - 로커의 성적(21세이브, 3.16)은 빌리 와그너(휴스턴, 18세이브, 3.09)를 능가한다 - 결국 방정맞은 입이 생애 첫 올스타의 기회를 날려버리고 만 셈이다.

내셔널리그에서는 샌프란시스코의 마무리 투수 롭 넨과 플로리다의 외야수 클리프 플로이드가 많은 아쉬움을 주고 있다.넨은 구원 부분에서 리그 1위(26세이브)를 달리고 있었고 플로이드는 팀공헌도 뿐만 아니라 개인 성적(0.341, 21홈런, 70타점)도 올스타에 뽑히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지만 바비 발렌타인 감독은 이들을 외면하고 말았다.

사실 와그너보다는 넨을 뽑아야했고 휴스턴의 외야수 두자리(모이제스 알루, 랜스 버크만)중 하나는 마땅히 플로이드에게 주어야 했었다. 10승 투수인 와이드 밀러(휴스턴)나 시카고 컵스의 에이스인 케리 우드도 올스타에 선발되지 못했고 LA 다저스의 9연승을 주도한 폴 로두카도 리그 포수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성적을 작성했지만 역시 올스타와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말았다.

김용한/동아닷컴 객원기자 from0073@dreamx.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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