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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8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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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어패럴은 주 거래처인 미국 존슨어패럴 등 해외 유명업체로부터 주문을 받아 완제품으로 납품하는 중소기업. 중국 동남아업체들이 만드는 저가 제품들과는 차원이 다른 고가제품을 만든다. 랄프 로렌(Ralph Lauren)같은 유명상표를 달고 미국의 고급백화점들에서 팔리는 여성 정장이 주력제품이다.
회사 설립 첫 해인 87년 수출실적은 불과 30만달러. 그로부터 7년 후인 94년 제31회 무역의 날에 ‘1000만불 수출의 탑’과 ‘산업포장’을 수상했고 또다시 7년 후인 2001년에 드디어 ‘1억불 수출의 탑’을 타게 됐다. 14년 만에 400배에 가까운 놀라운 성장을 이룩한 셈이다. 이 회사 이상철(李相喆·54)사장이 조그만 무역회사 임원을 그만두고 자본금 5000만원으로 회사를 설립하자마자 환율이 1달러에 600원대로 떨어지고 전국적인 노사분규로 근로자들의 임금이 치솟았다. 수출기업으로서는 치명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위기가 현진어패럴에는 기회가 됐다. 때마침 대형 바이어인 미국 존슨어패럴이 납품단가를 올려달라는 기존의 공장과 거래를 끊고 새로운 거래처를 물색하던 중이었다.
봉제산업이 수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품질, 가격, 납기일을 철저하게 맞춰주어야 한다. 현진어패럴은 지난해 1억달러어치를 넘게 납품했어도 단 1달러어치의 클레임도 받아본 적이 없는 ‘클레임 제로(0)’ 회사다. 이 사장은 직접 샘플을 들고 뛰어다니면서 종합상사에 돌아갈 수수료를 아껴 납품원가를 낮추었다.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지금도 주부사원들까지 밤샘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다.
회사는 창립 10주년이던 97년 전직원이 공장문을 닫고 태국으로 6일간 특별휴가를 다녀왔고 목돈 무이자 대출제도를 운영, 노사화합을 다지고 있다.
현진어패럴은 앞으로 현재의 인천,미국 사이판 공장외에 베트남 등으로 생산기지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북한과 아프리카 지역도 생산기지 후보지 가운데 하나다.
세계적인 불경기인데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사장은 “아무리 불경기고 의류산업이 사양산업이라고해도 세상사람들이 다 옷벗고는 살 수 없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누군가가 옷을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사장 특유의 추진력과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광현기자>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