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발언대]외국어-컴퓨터로 대학 졸업기준 삼는다니

  • 입력 2001년 7월 1일 18시 36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르면 내년 후반부터 모든 대학에서 ‘졸업인증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1982년도의 졸업정원제를 연상케 하는 이 제도는 가뜩이나 취업준비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 대학교육의 현실을 보게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최소한 2년에서 4, 5년 이상 대학에서 진리를 탐구하고 사회와 정의와 인생을 배워나가는 기간에 갈고 닦은 실력을 겨우 외국어와 컴퓨터 등을 다루는 ‘정보화 능력’으로 평가받는다는 것은 너무도 경박한 학문 경시풍조가 아닌가 싶다. 외국어와 정보화 능력은 전공학과와는 상관없이 일반 학원에서 수강해도 되는 기능적인 문제에 불과한데, 그것이 한국의 대학교육을 이수한 실력과 능력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은 개탄을 금치 못할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이 졸업생의 취업만을 걱정한다면 일찌감치 더 이상 대학이기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오늘날 대학교육의 위기는 극심한 재정난이나 날이 갈수록 현저해지는 대학생들의 학력 저하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전공학문 분야에 대한 치밀한 지원과 연구가 쌓이지 않고서는 대학생의 실력과 대학의 경쟁력은 생길 수 없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진학한 대학에서 4년 동안 쌓은 전공학문이 자신의 인생과 사회와 국가에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고 믿게 해줄 방안은 없는 것일까.

허 현 자(서울 도봉구 쌍문 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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