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구봉산 가득한 기아의 함성

  • 입력 2001년 6월 28일 19시 22분


구봉산 아홉 봉우리

다 넘어본 사람 몇이던가

할머니는 여덟 고개 앞에서

어머니는 여섯 고개 도중에

흙으로 잠드셨다

-조신호의 ‘구봉산 가는 길’ 중에서

시인의 생각과는 달리 경북 의성 ‘아홉 봉우리’를 매일 밥먹듯이 넘는 사나이들이 있다.

다름 아닌 프로농구 기아 엔터프라이즈 선수들. 기아는 26일부터 본격적으로 구봉산 공략에 나서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구봉산을 오르는 체력훈련은 2주 동안 계속될 예정.

기아가 구봉산을 찾기는 99년 여름 이래 벌써 세 번째. 기술보다 체력이 우선이라는 신념이 강한 박수교 감독이 부임하면서부터 생긴 연례 행사다.

“뛰고 또 뛰고, 이건 한마디로 죽음이에요.” 최고참 강동희(35)는 훈련 첫날인 26일 이처럼 엄살을 부리기도 했지만 다부진 각오를 보였다.

당초 강동희는 21일부터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빈탄섬에서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다. 코칭스태프의 허락도 떨어진 상태. 그러나 강동희는 의성씨름단에서 바벨을 들고 하루에 두 번 구봉산을 오르는 땀냄새 나는 길을 택했다. “훈련에 팀의 최고참이자 기둥이 빠지면 후배들의 정신이 해이해진다”는 주위의 권고를 받아들인 것. 내친 김에 술도 ‘당분간’ 끊었다.

프로농구 원년 챔피언에서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탈락할 정도로 추락한 ‘기아호’의 조타수로서 오기심이 발동한 때문일까.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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