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亡命(망명)

  • 입력 2001년 6월 28일 18시 45분


政治, 宗敎 또는 思想的인 彈壓(탄압)을 피하기 위해 외국으로 도피하는 것을 亡命이라고 한다. 상대방의 危害(위해)로 生命에 심각한 위협을 느낀다는 데에 특징이 있다. 따라서 亡命者에게 亡命國은 生命의 隱身處(은신처)가 되는 셈이다.

亡命은 대체로 政情(정정)이 불안한 나라에서 많이 이루어진다. 反政府 活動을 하여 政敵(정적)의 보복과 탄압에 生命의 위협을 느껴 개인 또는 가족과 함께 亡命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상적인 대립과 항쟁으로 亡命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도 과거 군사독재시절 일부 정치인들의 亡命사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亡命의 본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도망하여(亡) 목숨(命)을 부지하는 것’ 쯤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이름(命, 곧 名)을 없애버리는(亡)’ 것이다. 옛날 사람이 외국으로 도망치면 名籍(명적·이름책)에서 그 사람의 이름을 削除(삭제)했는데 그것이 亡命이었다. 지금의 除名處分(제명처분)인 셈이다. 그러니 본디 亡命은 ‘하는 것’이 아니라 ‘당하는 것’이었다.

비록 본뜻은 달라졌지만 그 目的은 예나 지금이 다르지 않다. 祖國이나 組織에 대한 일종의 背反(배반)과 다름없으므로 남아 있다가는 생명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亡命이 일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소극적인 방편에만 그치지 않았던 경우도 많았다. 지금도 國外에 亡命政府를 만들어 虎視眈眈(호시탐탐) 捲土重來(권토중래)의 기회를 엿보는 자도 있지 않은가.

중국의 역사를 보면 亡命이 잦았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설명한 바 있는 ‘寒食’(한식)의 고사를 만들어낸 춘추시대 晉(진)의 重耳(중이)는 愛妾(애첩) 驪姬(여희)에 눈이 먼 아버지 獻公(헌공)으로부터 生命과 削爵(삭작·작위를 박탈당함)의 위협을 느껴 무려 19년간이나 외국에서 亡命생활을 한 끝에 귀국하여 마침내 晉나라의 왕(晉文公)이 되었다.

또 ‘靑雲’의 주인공이기도 한 范Q(범수)는 본디 전국시대 魏(위)나라의 達辯家(달변가)로 大夫 須賈(수가)를 모시던 차 도둑으로 몰려 초주검이 되도록 얻어맞고 秦(진)으로 亡命하여 그야말로 ‘靑雲의 꿈’을 펼 수 있었다.

亡命이 어떤 목적이든, 또 그 결과가 어떻든 국가나 社會가 安定되지 못하고 있음을 反證(반증)한다. 일가족 7명이 脫北하여 亡命을 신청했다는 소식이다. 北韓의 생활에 염증을 느꼈다고 한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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