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문가 추천 국내계곡 10선]정감록에 적힌 은둔의 땅

  • 입력 2001년 6월 27일 18시 48분


방태산 자락 적가리골 '이 폭포'(위)와 '저 폭포'
방태산 자락 적가리골 '이 폭포'(위)와 '저 폭포'
《올 여름 최고의 국내 휴가지는 어디일까. 동아일보 체육부 여행팀은 ‘한국여행작가협회’소속 회원인 유연태 송일봉 정보상 양영훈씨를 추천위원으로 위촉, 20일 회의를 열고 ‘산과 계곡’ ‘바다’ 두 부문으로 나눠 각각 올 여름 국내 휴가지 ‘베스트 10’을 선정했다.

회의에선 각자 미리 준비한 후보지를 공개한 뒤 복수추천을 받은 후보지를 골라내 △숙박 편의성 △접근 용이성 △신선감 △다양성 등을 고려해 최종 추천지를 선정했다. 추천위원들은 새로운 곳을 소개한다는 취지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지역 중에서 후보지를 정했다고 밝혔다.》

휴가 즐기기에도 이제는 비전(秘傳)이 필요한 때다.

전래의 도참서 ‘정감록(鄭鑑錄)’과 ‘토정비결(土亭秘訣)’에 은둔과 피난지로 기록된 ‘오지’ 세 곳을 찾아본다.

#정감록의 ‘삼둔’과 ‘사가리’

정감록의 ‘피장처’에 이런 기록이 있다. ‘춘천 기린곡은 가장 깊고 궁벽하고…(중략) 소양강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물 한 줄기가 골짜기 어귀의 바위벽 사이로부터 떨어져서….’ ‘삼둔 사가리’라는 기록도 있다 한다. 둔(遁)은 산골안 너른 땅, 가리는 깊은 계곡에 밭을 일굴 만한 땅. 삼둔은 월둔 달둔 생둔(살둔), 사가리란 아침가리 적가리 연가리 명지거(가)리 등. 삼둔은 강원 인제군의 점봉산∼구룡령∼비로봉(오대산)∼계방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서편 산중, 사가리는 소양강 상류 내린천의 최상류인 방태천에 흘러드는 산중의 깊은 물골로 방태천 계곡(현리∼진동리 설피마을)의 오른편 방태산 자락에 숨듯 자리잡고 있다.

▽생둔과 미산계곡

내린천 최상류 생둔과 월둔 사이의 물돌이동 계곡

오전 7시. 홍천을 지나 현리로 가는 도중에 빗속에서 손을 흔드는 한 학생을 차에 태웠다. 상남중학교 학생이었다. “여름철에 동네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어디예요.” “미산계곡이요.” “길이 험하던데….” “최근에 뚫렸어요.”

상남삼거리에 내려주고 우회전, 방내천 옆으로 난 446번 지방도로를 따라 계곡을 향했다. 비구름이 운무를 이루며 골짜기 중간중간의 골안에서 피어오르는 모습. 새벽잠을 설치고 나온 대가 치고는 굉장한 선경이었다. 내린천 미산계곡은 방내천과 내린천이 만나는 미산3교(5.6㎞·이하 거리 기준은 상남삼거리) 아래 합수지점부터 상류 생둔(율전리)까지 8.4㎞ 구간. 미산3교 아래 두물머리는 자갈밭이 넓게 펼쳐져 야영하기에 좋을 듯했다. 상남삼거리∼미산3교의 작은 물골은 폭이 내린천의 절반도 안되지만 물살이 세지 않고 아담해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 권할 만하다. 이 물골의 민박집은 5곳. 그 중 첫 번째로 나타나는 ‘냉장계곡 쉼터’(033-461-4136)의 계곡 풍치는 그만이다. 물 건너 약수도 있고 집주인이 잡은 꺽지 산메기 등 민물고기 매운탕도 즐길 수 있다. 두물머리에는 합수여관 민박식당(033-463-6787)이 있다.

미산계곡은 아직도 일부 구간은 비포장이나 다니기에 문제가 없었다. 물가로 야영할 만한 공간이 계속 이어지니 천천히 살펴보자. 도로가 민박집은 모두 11곳. 나무로 새로 지은 아담한 콘도형 민박도 몇집 보인다.

칠전동 소개인동 지나 너른 분지가 나타나면 생둔(혹은 살둔)이다. 사방 험한 산에 둘러싸인 골짜기 안 마을. 답답하지 않고 아늑한 것으로 미뤄 도참서에 나올 만한 은둔의 땅에 틀림없다. 내린천 물가의 살둔산장(033-435-5928)은 통나무를 베어 지은 귀틀집. 물도리동에 자리잡아 야영과 물놀이 할 만한 공간도 지녔다. 비닐하우스내 서가의 장서 4만권으로 미뤄 주인의 성품을 알 수 있다.

▽적가리골(일명 마당바위골) 방태산 자연휴양림

원시림 우거진 깊은 골짜기, 고갯마루의 들꽃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멋진 초원으로 잘 알려진 점봉산 줄기 곰배령(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방태천 계곡 깊숙이 숨어 있다. 방태산 깃대봉 자락이 하늘벽을 이룬 계곡. 들어갈수록 하늘은 좁아지고 오른편 산자락에 작은 계곡 사가리가 하나씩 드러난다. 적가리골은 그 중 첫 번째 물골.

방태산 자연휴양림(033-463-8590)은 그 적가리골의 최상류에 있다. 현리∼휴양림은 6㎞. 골안을 따라 들어가니 냇물도 바람도 얌전해졌다. 휴양림 주변 도로에는 깔끔하고 아담한 민박집이 차례로 나타난다. 계곡의 고운 자태는 휴양림 매표소를 지나야 비로소 볼 수 있다. 계곡의 진수는 여기서부터 차량 통행 차단기가 내려진 폭포까지 2㎞구간. 계곡 끝을 장식한 두 폭포는 이름이 ‘이 폭포’(위) ‘저 폭포’(아래)다. 높이 10m의 이 폭포에서 직하한 물이 자그마한 용소에서 잠시 숨을 돌렸다가 다시 너럭바위를 타고 낙하하는 저 폭포는 치맛자락이 드리워진 모습이다. 계곡의 진초록 숲그늘에 앉아 청아한 폭포소리 들으며 탁족(濯足)하노라면 세상사 근심걱정이 모두 사라질 듯하다.

휴양림의 야영장은 폭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매표소 앞에는 원룸형 등 민박집이 여러 곳 있다. 그 중 700년 된 거대한 소나무 아래 나뭇잎 모양의 지붕이 독특한 왕솔농원(033-463-5947)이 눈길을 끈다. 원룸은 5∼6만원, 방은 한 칸에 3∼4만원선.

○찾아가기 ①미산계곡·생둔〓서울∼양평∼홍천∼구성/56번 국도(양양행)∼용두안/444번 지방도∼미교∼상남∼446번 지방도∼미산∼생둔 ②적가리골(방태산 자연휴양림)〓〃∼상남∼현리/453번 지방도∼방동교∼자연휴양림

내린천 방내천 민박집
지역민박집전화(033)
방내천냉장계곡쉼터461-4136
솔밭민박462-6988
구미골민박461-6854
미산민박463-6921
미산계곡내린천합수여관463-6787
솔개민박463-3734
시골집민박463-1493
미산계곡야영장463-1515
송씨네민박463-7789
생둔솔마을435-6543
살둔산장435-5928
덕풍계곡영곡수퍼민박573-0978
모르쇠산장572-4424
덕풍산장572-7378
신남석씨댁572-7386

#토정의 삼풍(三豊)

토정비결에 이런 구절이 있다. ‘9년 흉년 뒤에 곡식 종자는 삼풍(三豊)에서 구하고 12년 난리 뒤에 사람은 양백(兩白)에서 구하라.’ 여기서 삼풍(세가지 풍부함)이란 산 물 나무, 양백은 태백과 소백의 두 산. 삼풍의 땅은 울진 삼척의 경계인 응봉산 서북사면의 세 계곡(보리골 용소골 음지골) 아래 풍곡리(삼척시 가곡면)로 알려졌다. 이 곳의 용소골로 이어지는 덕풍계곡은 삼풍이 넉넉해 멋진 곳. 해발 350m 계곡 끄트머리에 11가구 26명이 사는 오지 덕풍마을에는 민박도 있다. 주차장에서 매표소를 지나 계곡의 물을 따라 걷다 보면 다리를 다섯 개(성황 버릿 현수 부추밭 칼등모리교)나 지난다. 이 길로 덕풍마을에 이르는 5.4㎞의 좁고 긴 계곡의 풍경은 비경 그 자체. 마을에 가면 민박집도 있다. 여기서 용소골 제1폭포까지는 왕복 1시간 정도, 가곡자연휴양림(033-573-4659)은 매표소에서 1㎞.

○찾아가기〓서울∼영동·동해고속도로∼동해/7번국도∼삼척∼호산∼원덕/416번 지방도∼풍곡삼거리(덕풍계곡 주차장)

<인제·홍천〓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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