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유엔사무실 주변]中 공안원 대거배치 긴장감

  • 입력 2001년 6월 27일 18시 36분


탈북자 7명이 난민 지위를 요구하며 이틀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중국 베이징(北京)시 차오양(朝陽)구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베이징 사무소 주변은 27일 공안당국 차량과 정·사복 공안원이 대거 배치돼 긴장감이 감돌았다.

적어도 5개의 공안당국 차량 가운데 베이징시 안전국 소속 승합차에는 건장한 청년 4명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창밖을 두리번거렸다. 건물 정문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는 정복 차림의 공안원 2명이 굳은 자세로 행인을 감시하고 있었다. 건물 안에서 사진을 찍던 한 사람은 취재진이 “어느 언론사 소속이냐”고 묻자 “왜 묻느냐”고 쏘아붙이고 밖으로 나가 정복 차림 공안원과 합류해 그가 사복 차림 공안원임이 밝혀졌다.

공안원과 공안 차량이 26일 밤부터 부쩍 늘자 농성자들은 중국정부가 체포작전을 강행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크게 걱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난민 지위 인정 등 사태가 해결되기 전에는 치외법권을 인정받는 UNHCR 사무소를 벗어날 뜻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콜린 미첼 UNHCR 베이징 사무소 대표가 26일 밤 UNHCR 사무소가 치외법권 지역임을 강조한 것은 중국 정부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 볼 수 있다.

27일 오전 10시35분경 북한대사관 차량편으로 김일성 배지를 단 북한 대사관 관리 2명이 도착해 UNHCR 사무소가 있는 건물 1층 로비에 들어섰으나 취재진의 카메라 셔터가 일제히 터지고 질문이 쏟아지자 바로 돌아갔다. 감청색 양복 차림을 한 사람은 갈색 가죽 가방을 들고 있었다.

오전 11시55분경 미첼 대표가 1층에 내려와 일행 7명의 근황을 전했다. UNHCR측은 26일 이후 이들과 개별 면담을 통해 난민 지위와 관련한 사실을 확인중이나 통역을 거쳐야 하는 등 문제가 있어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것. 미첼 대표는 진전 상황을 수시로 알려주는 등 취재진에 친절을 베풀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난민 판정에 대한 최종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외신의 보도 방향에 무척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연합>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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