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한컴 SW디자이너 국지현씨

  • 입력 2001년 6월 24일 18시 45분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나는 대학 4학년이던 99년 K출판사에 편집디자이너로 입사했다.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하던 중 S식품 홍보팀에서 스카우트제의를 해왔다. 예능분야를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S식품에선 홍보와 이벤트, 콘서트 기획을 맡았다. 경험을 넓혀 좋긴 했지만 전문가보다는 ‘팔방미인’을 원하는 회사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었다. 나는 창의성을 좀더 발휘하고 싶었지만 회사에서는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을 더 선호했다. 수직적인 조직구조도 회의를 느끼게 했다.

어느새 창의성도 살리고 본업인 디자이너 일도 할 수 있는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글과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디자이너 모집공고를 보게 됐다. 워드프로세서의 화면그래픽과 아이콘을 만드는 일이었다. 아직 이런 일을 하는 전문가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정보통신(IT)업계에서 내 ‘끼’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나름대로 준비를 꽤 열심히 했다. 한글과 컴퓨터에서는 일반디자이너들이 많이 쓰는 매킨토시가 아니라 IBM 기종을 쓴다. 나는 이 사실을 미리 알아내 따로 IBM 기종을 공부했다. 주변의 웹디자이너들에게 밥을 사주면서 제작프로그램을 배우고 기술적인 측면에 대해 조언도 얻었다.

채용과정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1차 실기평가 후 면접과 포트폴리오 제출을 거쳐 다시 2차 실기평가를 받았다. 마지막으론 사장님과의 최종 면접을 치렀다. 한달이 넘게 걸린 이 과정에서 나는 산업디자인 전공과 함께 ‘항상 동적으로 살자’는 내 좌우명을 최대한 강조했다. 재학 시절 친구들과 함께 만들었던 일러스트 역사책을 소개하고 출판사와 식품회사를 거친 다양한 경력도 강조했다.

지난해 4월, 나는 디자이너로 ‘컴백’했다. 이후 한글과 컴퓨터의 신제품 ‘워디안’ 개발팀에 소속되어 일했다. 드디어 제품이 나왔을 때 내가 디자인한 워드프로세서를 쓰는 사람들을 보니 엄청나게 뿌듯했다.

새 회사로 옮기니 연봉이 식품회사에서 받던 것보다 600만원 정도가 올랐다. 이곳에선 성과급이 나오니 실제로는 액수가 더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것은 내 소신대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5일근무도 무척 마음에 드는 점이고…. ‘전문가’ 대접을 받고 근무환경도 좋으니 스스로도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국 지 현(한글과컴퓨터 소프트웨어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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