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독일 사민당과 노조의 또다른 연대 '개혁을 위한 연대

  • 입력 2001년 6월 22일 18시 36분


◆개혁을 위한 연대/ 이진모 지음/ 226쪽/ 1만2000원/ 한울.

독일 사민당과 노동조합은 100년을 넘는 긴 세월 동안 ‘개혁을 위한 연대’를 이뤄왔다. 사회복지 국가 건설, 경제 민주화, 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노동환경 개선 등 사민당과 노동조합의 연대가 독일 사회에서 이룩한 성과는 다 열거하기도 어렵다. 이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모범적인 사회복지 국가를 이룬 오늘날의 독일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남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독일 사회민주당과 노동조합’이라는 부제의 이 저서에서 사민당과 노동조합이 수많은 굴곡 속에서 이뤄온 연대의 역사와 함께, 연대 방식의 전환기를 맞고 있는 이들의 현재 상황을 검토했다.

사민당이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던 노동운동 초기의 상황, 노동조합이 조직 성장과 함께 독자성을 찾아가는 과정, 그 과정에서 일어났던 사민당과 노동조합의 갈등, 그리고 연대를 이룩한 오늘날 사민당과 노동조합이 직면한 장단기 문제 등이 차례로 정리된다.

사민당과 노동조합은 무엇보다도 인적 구성에서 밀접하게 결합돼 있다. 현재 약 800만 명에 달하는 독일 노총 소속 조합원 가운데 정당에 가입한 사람은 200만 명. 이 중 75%가 사민당 당직을 가지고 있으며, 금속연맹의 경우 10명의 중앙집행위원 가운데 9명이 사민당원이다.

사민당내 피고용자 진영과 친 노동조합 진영의 대의기구인 노동자문제연구위원회에는 약 25만 명이 소속돼 있으며, 사민당의 조직 체계에 따라 지역으로부터 중앙에 이르는 5단계의 조직에서 공청회와 회의 등을 통해 피고용자의 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전당대회에 상정하기까지 한다.

이런 공식 채널 외에도 각종 정책 세미나, 토론회 등을 통해 당과 노동조합이 입장을 조율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도록 할 수 있는 기회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20세기 초 “노동조합과 당은 하나다”라고 외치며 사민당과 노동운동의 일체성을 주장했던 것과 달리, 오늘날 사민당과 노동조합이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독일 사회는 지난 100년 동안 수많은 변화를 겪어왔고 사민당과 노동조합의 오랜 관계도 예외가 아니다. 이제 21세기,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후기 산업사회와 신경제 질서에 적응하기 위해 둘 사이의 ‘개혁을 위한 연대’도 새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인간 사회가 존재하는 한 노동조합과 정당의 갈등 및 연대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지만, 복지사회의 이상에 상당히 다가간 독일의 경험은 우리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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