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완 시급한 '7차교육과정'

  • 입력 2001년 6월 18일 18시 37분


7차 교육과정을 둘러싸고 정부와 교사들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교사들의 불복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된데 대해 우선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사들은 그동안 이 정책이 현장 실정을 무시한 것이라며 여러 차례 수정을 요구해왔으나 정부는 시행초기의 혼란은 일시적인 것이라며 몰아붙였다.

최근 동아일보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1903개 중고교 교육과정담당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는 교사들의 7차 교육과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중학교사의 76.9%, 고교교사의 84.8%가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또 중학교사의 58.3%와 고교교사의 74.8%는 시행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했고, 16.5%(중) 15.7%(고)는 폐지를 주장했다.

지난해 초등학교 1, 2학년을 시작으로 도입돼 2004년 고교 3학년을 끝으로 마무리되는 7차 교육과정은 국가예산만 8조원이 넘게 들어가는 대형 사업으로 수준별수업과 선택과목확대를 골격으로 하고 있다. 교육공급자 위주였던 획일적인 우리 교육의 체질을 교육수요자인 학생중심으로 바꿔나가겠다는 점에서 일단 방향은 옳게 잡았다고 본다.

하지만 교원인력 교원연수 학습시설 교육프로그램 등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해 교원정년단축 조치 때와 같은 또 하나의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이미 수준별 수업을 도입한 상당수 중학교에서 수업이 겉돌고 있다. 실력부족 학생을 위한 보충수업 참여도는 아주 낮고 대상학생은 오히려 학원을 찾고 있다.

수준별 수업은 사실상 우열반을 허용해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선택과목 확대의 경우 현재와 같은 열악한 교사수급제도로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떤 교육개혁도 일선교육현장의 교사들이 동참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교사들의 힘겨루기는 그대로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당국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현장중심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방향을 정해놓고 형식적으로 의견을 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열린 자세’로 교사들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교사들도 거리투쟁 등 극단적인 방법은 오히려 문제를 꼬이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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