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시인은 숲을 지킨다

  • 입력 2001년 5월 25일 18시 52분


시인은 숲을 지킨다

김욱동 지음

321쪽 1만원 범우사

“마르크스주의 문학이 계급 없는 이상주의 사회를 실현시키려는 그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녹색 문학은 깊은 바다 속으로 침몰하고 있는 이 지구라는 배를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리얼리즘,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등의 이론을 국내에 소개하고 그 다양한 이론을 방법론으로 삼아 우리 문학과 문화 현상을 새롭게 해석해 온 저자가 이번에는 ‘녹색 문학’을 화두로 잡았다.

환경 파괴가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잔인할 정도로 실감나게 보여주는 최승호, 더 늦기 전에 문명의 성을 허물고 그 자리에 다시 초막 짓고 꽃밭 만들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종희, 가난과 청빈을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며 향긋한 풀 냄새를 물씬 풍기는 고진하.

하지만 저자는 ‘햇빛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있는 향일성 식물’처럼 늘 자연을 향해 시적 상상력을 열어두고 있는 정현종을 가장 대표적인 ‘한국의 생태시인’이라 부른다.

‘내 그지없이 사랑하느니

풀 뜯고 있는 소들

풀 뜯고 있는 말들의

그 굽은 곡선!’ (정현종의 ‘그 굽은 곡선’ 중)

이 생태 시인에게 “자연과의 친화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단순한 언사 이상의 찬사는 없을 것이다.

시에 이어 저자는 최성각 김성동 윤후명의 단편소설, 이윤기와 김영래의 장편소설, 김용택 윤구병 도법의 수필을 ‘녹색’의 관점에서 읽어가며 한국 녹색 문학의 가능성을 짚어 본다.

그는 마르크스주의 문학이 그러했듯이, 녹색 문학 역시 환경 이데올로기를 전달하려는 나머지 문학을 도구화 수단화하려는 경향이 짙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간 자신이 세상 만물을 재는 자라는 생각을 버리고 문학의 이런 도구화 수단화 경향성을 극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녹색 문학’이 진정한 문학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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