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구본탁/바이오벤처 인력-기술 공유하자

  • 입력 2001년 5월 25일 18시 33분


지금 우리는 디지털 혁명기에 살고 있다. 보고 듣는 데 사용되는 거의 모든 문명의 이기가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되어 생활 깊숙이 파고드는, 이른바 디지털문명의 시대다. 그런데 미래학자들은 디지털 혁명보다 훨씬 더 큰 충격으로 인류의 미래를 바꿔 놓을 바이오 혁명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해지고 고도로 정밀해진 전자제품과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혁명기에도 생체를 능가할 수 있을 정도의 정교함과 지능을 갖춘 기계는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디지털 혁명은 인류의 문명만을 향상시킬 수 있는 데 비해 바이오 혁명은 문화 자체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지금까지 인간이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숙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바이오 기술의 급진적인 발달은 생로병사에 대한 인간의 태도까지 바꾸어 놓을 것이다. 심지어 신의 영역이라고 믿어온 생명의 창조에까지 실험실의 과학자들이 도전하는 시대가 되었다.

바이오 혁명기의 산업을 끌고 갈 주역은 바이오 벤처기업들이다.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는 엄청난 투자와 장기간의 연구기간이 요구되는 데다 실패할 확률도 높아 대기업들도 진출을 꺼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는 벤처기업들이 선도적인 위치에서 이끌고 있다.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은 벤처기업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코스닥시장의 활성화와 인간유전자 해독이라는 인류사적 사건으로 촉발된 폭발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최근 1, 2년간 수많은 바이오 벤처기업이 탄생했다. 여기에 정부의 강력한 바이오산업 육성 의지까지 맞물려 일견 매우 희망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의 미래는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기술력에서 이미 선진국과 10년 이상의 격차가 벌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금과 인력에서도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벤처기업의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소위 벤처 생태계의 선진성도 확보해야 한다. 국내 정보통신(IT) 분야의 벤처기업들은 세계가 깜짝 놀랄 만한 속도의 압축성장을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이를 귀감 삼아 바이오 벤처기업들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성공전략을 짜야 할 때다.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의 성공전략은 클러스터링(clustering)과 네트워킹(networking)에 기초해야 된다. 부족한 자본과 인력, 기술 등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한 곳에 모여서 중복투자를 억제하고 인력과 기술을 공유함으로서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국내외 대학, 연구소, 기업 등과 철저하게 제휴해 빠른 속도로 신기술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인바이오넷이 지난해 대덕연구단지 내에 결성한 대덕바이오커뮤니티는 국내외의 많은 관련 인사들의 기대 속에서 클러스터링과 네트워킹을 성공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모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좋은 시스템을 가지고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생각해도 미덥게 느껴진다.

구본탁((주)인바이오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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