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윤리가 경쟁력이다-8]핀란드에서의 노키아 위상

  • 입력 2001년 5월 21일 19시 03분


핀란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북유럽의 침엽수림, 사우나, 아니면 자기 전에 씹는다는 자일리톨 껌?

지리적으로 핀란드는 숲과 호수가 국토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의 변방’이다. 핀란드 사람들은 자신들을 수오미(Suomi·호수의 나라)라고 부를 정도. 이들은 13세기까지 국가를 형성하지 못하다가 500여년간 스웨덴의 지배를 받았다. 이후 100년을 더 러시아에 병합돼 있다가 20세기 초에야 공화국으로 독립했다.

하지만 IT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핀란드는 ‘노키아’란 회사 이름과 거의 동의어로 다가온다. 노키아는 인구 550만의 이 약소국을 일약 정보화 강국으로 도약시켰다. 올해 목표는 세계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것. 노키아는 핀란드 전체 수출의 24%, 국내총생산(GDP)의 30.3%를 책임지며 주식은 헬싱키 증시 시가총액 중 60%를 차지한다.

헬싱키 시내에서 만난 한 택시 운전사는 노키아에 대해 “핀란드 같은 작은 나라엔 너무 큰 회사”라며 농담을 했다. 비록 핀란드인 직원 비율이 계속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노키아를 빼고는 핀란드 경제를 이야기할 수 없다.

외국인들은 노키아의 성공 이유를 핀란드인의 기질인 검소함과 실용성에서 찾는다. 노키아는 올릴라 회장 이하 전직원이 해외출장 때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는 것으로 유명하다.

핀란드인의 실용성 추구는 오랜 외세의 지배와 연관이 깊다. 외세의 침략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겉만 번지르르한 것보다 실속이 훨씬 소중했던 것이다. 노키아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실용성 추구의 살아 있는 예로 불린다. 오늘날엔 첨단기업의 대명사처럼 돼 있지만 사실 노키아는 펄프회사로 시작해 타이어, 고무, TV까지 생산하는 ‘문어발’ 대기업이었다. 80년대 말 핀란드 금융위기와 맞물려 부도위기에 처한 노키아는 올릴라를 영입해 대대적인 변화를 맞는다. 제지, 타이어 등 비주력 사업을 모두 팔아버리고 유망한 통신산업만 남기는 가혹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 결국 노키아는 통신산업의 세계적인 활황과 함께 세계 최고의 휴대전화 업체로 부상했다.

핀란드와 노키아는 작은 나라가 어떻게 세계경쟁에서 살아남는지 그 방법을 보여주는 모범이 되고 있다. 노키아의 선택과 집중 전략, 그리고 세계화 전략은 우리 기업들도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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