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월드]구소련 장교 두번이나 교황 살렸다

  • 입력 2001년 5월 3일 18시 21분


한 소련군 장교가 훗날 교황에 오른 신학생을 극적으로 구해낸 사실이 전해졌다.

러시아 관영 노보스티 통신은 제2차세계대전 직후인 1945년 당시 신학생이던 로마 가톨릭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바실리 시로텐코 소령의 도움으로 2차례나 목숨을 건졌다고 소개했다.

‘미래의 교황’은 당시 나치 독일에 의해 폴란드 제2의 도시인 크라코프에서 50㎞ 떨어진 화학공장에서 강제노역에 동원됐다. 시로텐코 소령의 부대는 독일군을 내쫓고 이 공장을 점령해 100여명의 폴란드인을 구해냈는데 이 중 한 사람이 훗날 교황이 됐다.

입대 전 역사학자였던 시로텐코 소령은 이곳에 머물다 라틴어로 된 고서적을 발견하고 러시아어로 번역하게 됐는데 신학생이던 교황이 이를 도와주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계속됐다.

소련 공산당 학정이 폴란드에 시작되면서 ‘미래의 교황’에게 다시 위기가 닥쳤다. 소련군 정치국이 그를 체포해 시베리아 수용소로 보내기로 결정했기 때문. 그러나 이 사실을 안 시로텐코 소령은 “그는 유능한 통역인이며 이 지역을 잘 알고 있어 군에 꼭 필요하다”고 우겨 체포대상자 명단에서 빼내는 데 성공했다.

시로텐코씨는 현재 러시아 남부 아르마비르에 살고 있다. 3월 85세 생일 때 교황은 옛 은혜를 잊지 않고 그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전해왔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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