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히딩크의 연예인 기질

  • 입력 2001년 5월 2일 18시 31분


‘히딩크 감독은 엔터테이너?’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연예인 기질’이 다분하다. 벤치에 앉아 있거나 그라운드에서 서성일 때면 항상 카메라의 플래시를 의식한다. 고심하는 표정, 화난 표정을 자주 지어 보이고 박항서 코치의 목을 조르는 등 코칭스태프에게 익살스러운 동작을 취해 사진기자들을 즐겁게(?) 한다.

지난달 27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끝난 LG컵 2001 4개국 축구대회 결승전에서도 한국이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심판진이 시계표시도 없이 로스타임을 질질 끌자 벌떡 일어나 자신의 손목시계를 끌러 경기 감독관에게 보여주는 ‘쇼맨십’을 보여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언론을 대할 때도 쇼맨십을 발휘할 수 있는 방송을 좋아한다. 훈련이나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를 요청하면 무조건 카메라 앞에 먼저 선다. 이집트에서 히딩크 감독은 “유럽에서는 방송기자들이 저돌적이고 신문기자들이 온순한데 한국에서는 방송기자들이 온순하고 신문기자들이 더 거칠고 저돌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과 스페인 프랑스 터키 등지에서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한 히딩크 감독은 언어감각도 뛰어나다. 게다가 늘 유머감각이 넘쳐흐른다. 네덜란드 출신인 그는 공식적으로 영어를 쓰는데 너무 능숙하게 빨리 말하기 때문에 기자들이 녹음기로 인터뷰내용을 녹음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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