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일수/사이버 수사대 강화하자

  • 입력 2001년 5월 1일 18시 53분


남의 인격을 모독하거나 비방과 중상으로 얼룩진 글을 인터넷상에 올려 남을 공격하는 행위에 대해 법원도 책임의 범위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손해배상을 넘어 인터넷사업 운영자에게도 피해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물린 것이다.

▼'불법의 바다'된 인터넷▼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비방성이나 사행성, 음란·폭력성을 지닌 온라인상의 불법행위에 대해 신중하고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 결과 인터넷 게시판은 ‘정보의 바다’에서 저질스러운 ‘불법의 바다’로 일탈한 게 사실이다.

정상적인 사회일지라도 어느 정도의 일탈과 불법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인간성의 양면처럼, 사회의 밝은 면에 따라 붙는 그림자 같은 것이다. 사회의 밝은 면이 정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한 그에 수반되는 어둠은 자율적인 조절에 맡기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정도를 넘어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을 때에는 통제를 통해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개선의 과제 앞에 법과 윤리는 만날 수밖에 없다.

온라인상의 인터넷 문화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의 새로운 정원에 돋아난 어느 정도의 일탈은 잘 가꾸어진 정원에도 어김없이 돋아나는 잡초에 비유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그 잡초가 위세를 떨쳐 정원의 생태계를 교란할 지경에까지 이른다면 정원사가 적극적인 손길로 돌보아야 한다.

오늘날 우리의 인터넷문화는 어느 지경까지 왔는가. 안티사이트는 말할 것도 없고 이익집단의 몇몇 사이트도 무례를 넘어 무법에 이른 듯한 인상을 준다. 자유게시판은 건전한 토론과 의사소통의 장이 아니라 욕설과 인신공격 등 언어 폭력으로 뒤범벅이 되고 있다. 더 이상 정보의 바다나 가상의 정원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이다. 마치 쓰레기하치장 같은 무질서가 판치고 있다.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것이 마음’이라는 말처럼 그런 마음에서 뿜어내는 공격성이 여과 없이 표출되는 가상의 공간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율조절의 측면에서 PC통신 약관 등에는 인터넷사업운영자가 ‘제3자를 비방, 중상모략으로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이용자에게 사전통지 없이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더 나아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심의규정도 윤리위원회가 불건전 정보에 대한 심의를 거쳐 해당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에 대한 경고나 해당 정보의 삭제, 6개월 이내의 이용 정지, 이용 해지 및 재계약 제한 등의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두었다. 최소한의 윤리만으로 규율할 수 없는 유해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오프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온라인상의 행위일지라도 피해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27일 서울지법의 판결을 계기로 가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비방하는 글을 제때에 자율적으로 규제하지 않고 방치한 인터넷사업 운영자도 피해자에게 불법행위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었다. 아직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남아있지만 묵과할 수 없는 사이버문화의 역기능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인터넷 운영자에게도 책임의 폭을 넓게 인정해야 하리라고 본다.

최악의 경우에는 오프라인상의 반사회적 행위와 마찬가지로 온라인상의 반사회적 법익침해 행위에 대해서도 최후 수단으로 형사 제재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가동중인 경찰·검찰의 사이버범죄수사대의 전문인력을 더욱 확충하고 그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공격성은 문화의 산물▼

일찍이 인간의 공격성은 문화의 산물이며, 그 근원을 청소년에 대한 잘못된 교육에서 찾는 목소리가 있었다. 마르쿠제도 ‘일차원적 사회’에서 병든 사회는 그 뿌리가 병들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공격성과 애정 사이에는 운하가 열렸으며, 우리는 공격성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각성하여 우리가 오염된 사회에 길들여지지 않게 하는 것, 그 유혹으로부터 면역력을 얻게 하는 것, 그것이 뿌리까지 병든 사회로부터 우리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개인의 무의식 저변에 있는 공격성을 사랑의 힘으로 조절함으로써 이성적인 인격으로 성숙해 갈 수 있듯이, 사회의 심연 저변에 깔린 사이버 세계의 공격성도 이웃사랑의 힘으로 순화되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김일수(고려대 교수·법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