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세계 어린이 노동자 2억5000만명

  • 입력 2001년 5월 1일 18시 34분


베냉 정부는 지난달 입항한 나이지리아 선박 에티레노호가 어린이 노예 밀매에 관여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베냉 정부는 조사 결과 선박에 타고 있던 어린이 43명중 5명은 자신들의 부모가 14달러 안팎의 돈을 받고 자신들을 팔았다고 말했으며 8명은 생전 처음 보는 어른을 따라 여행중이었다고 발표했다.

어린이 노예 선박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전세계에서 ‘지옥같은 노예 노동’에 시달리는 어린이 노동자들의 실태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대륙별 어린이 노동자 현황▼

국제노동기구(ILO)가 파악한 전세계 어린이 노동자는 2억5000만명으로 가장 많은 대륙은 아시아. 인도네시아의 경우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한 600만명의 어린이중 상당수가 대규모 농장 등에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내전 상태인 아프가니스탄 스리랑카 등에도 10세 안팎의 어린이들이 막일꾼으로 내몰리고 있다. 인도에서도 수백만명의 어린이들이 국내 노동현장이나 동남아와 중동 등지로 팔려가고 있다.

아프리카의 경우 베냉 카메룬 등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특히 어린이 매매가 극심하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카메룬에서만 55만명의 어린이가 국제 어린이 밀매조직에 팔려나가 강제 노역에 시달리고 있다고 최근 발표했다. 부르키나파소 코트디부아르 가봉 나이지리아 토고 앙골라 수단 시에라리온 차드 라이베리아 등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경제난이 격심한 동유럽에서도 어린이 노동자가 늘고 있다. 불가리아의 경우 최근 5∼17세 어린이의 6%가량이 노동 현장에 내몰리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도 구소련 붕괴후 성인들의 실직과 알코올 중독이 늘면서 보호자 없이 노동 현장에 내몰리는 고아 및 기아가 급증하고 있다.

▼원인 및 강제노역 실태▼

아프리카는 고질적인 내전으로 성인 사망률이 높은데다 경제난까지 겹쳐 전통이 급속도로 무너지는 와중에서 어린이 밀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패한 관리들이 어린이 밀매 조직을 공공연히 묵인해주기도 한다.

밀매 브로커들은 20달러 안팎을 부모에게 쥐어주고 어린이들을 보낸다. 97년 베냉 정부가 적발한 노예선에는 8세 소년도 타고 있었다. 이송 도중 적지 않은 어린이가 숨지며 인신 매매시장을 거쳐 대농장 건축 현장 등으로 끌려간다. 어린이들은 여기서 코코아 열매 따기, 벽돌 나르기 등 하루 12시간 넘게 중노동을 하며 가혹행위 영양실조 등에 시달린다. 강제 매춘에 내몰리는 소녀들도 있을 만큼 이들은 저항할 수 없는 ‘노동 지옥’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 기회를 박탈당했기 때문에 어른이 된 뒤에도 극빈층이 되며 자식 또한 어린이 노동자나 노예로 팔리는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의 관심과 대책 ▼

국제자유노조연맹(ICFTU)은 최근 ILO와 함께 어린이 강제 노역에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ICFTU는 “앞으로 2년간 어린이 노동 착취를 자행하는 국가 명단과 실상을 공개하며 해당 정부가 앞장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221개 가입국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한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등은 지난달 26일부터 어린이 보호를 위한 범세계적 캠페인인 ‘세이 예스 포 칠드런(Say Yes for Children)’에 착수했다. 이 캠페인은 에이즈 퇴치를 비롯해 어린이 노동 착취 근절, 교육 실시, 전쟁으로부터의 어린이 보호를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이같은 캠페인과 더불어 어린이 밀매 조직을 뿌리뽑고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의 극빈층을 지원하는 국제적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진행될 때 어린이 노동자들의 숫자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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