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깜짝 방학'에 학부모들 '비상'

  • 입력 2001년 4월 27일 18시 38분


《올해부터 초중고교 학교장이 학교 휴업일을 결정할 수 있게 되면서 일선 초등학교들이 공휴일이 낀 5월 초를 전후로 3∼8일간의 ‘자투리 방학’에 들어가면서 부모들이 자녀를 돌보느라 비상이 걸렸다. 학생들은 마치 ‘보너스’를 받은 것처럼 기뻐하고 있지만 맞벌이 부모들은 의외의 ‘게릴라’를 만나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는 등 골치를 앓고 있다.》

서울과 일부 지방의 초등학교들은 대개 일요일(29일)과 5월1일 석가탄신일 사이에 낀‘샌드위치 데이’인 30일 휴업해 4월29일∼5월1일 3일간 방학을 하거나 5월5일(토요일) 어린이날 전인 5월4일까지 휴업해 일요일을 합하면 8일간 쉬는 학교들도 있다.

서울 쌍문초교는 4월30일이 개교기념일이어서 쉬고 5월2∼4일을 휴업일로 정해 모두 8일간의 방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학교 안성덕 교감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 기간을 가정학습체험의 날로 정하고 학부모 총회와 가정통신문을 통해 이를 학부모들에게 알렸다”면서 “학생들에게 과제물을 주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장안초교도 8일간 방학에 들어가고 서울 남성초교는 5월7∼9일을 휴업일로 결정해 일요일인 6일까지 합쳐 4일간 방학을 실시한다.

초등생들은 ‘깜짝 방학’을 환영하는 분위기. 분당 장안초등 2학년 하종수군(8)은 “모처럼 8일간 방학을 한다고 해서 너무 신이 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즐거운 비명과는 달리 학부모, 특히 맞벌이 부부들은 ‘고민’에 빠졌다. 직장 일 때문에 쉴 수 없을 경우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가 아니더라도 많은 초등학생이 학원에 다니기 때문에 방학 기간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있다.

초등학교 2년생과 고교 1년생 자녀를 둔 이모씨(43·여)는 “8일간 방학이라지만 아이가 학원에 가야하고 큰딸이 중간고사를 봐 놀러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 K초교 3년생 자녀를 둔 고모씨(39·여)는 “아이가 6일간 쉬는데 이틀간은 휴가를 내고 3일간은 친청에 맡길 계획”이라며 “좋은 날씨에 아이와 함께 지내는 것은 좋지만 여름 휴가가 짧아지면 가족끼리 여행가기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는 휴업 사실을 늦게 통보해 학부모들이 당황해 하는 경우도 있다.

학부모 이모씨(36)는 “학교장 재량이라지만 교사들이 쉬기 위해 방학을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면서 “가족끼리 방학기간에 함께 지낼 형편이 안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올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제도여서 서툰 점이 있을 수 있다”면서 “학부모가 방학 계획을 미리 알 수 있도록 학사일정을 학부모에게 보내도록 시도교육청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3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학교장이 학년도가 시작되기 전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법정 수업일수 220일을 채우는 범위에서 학교와 지역실정에 맞게 학교장 재량으로 방학기간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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