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대근/7월 모스크바에선

  • 입력 2001년 4월 13일 18시 56분


85년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이던 박종규(朴鐘圭)씨가 세상을 떠난 뒤 한동안 그 자리에 뜻을 둔 인사들의 물밑 신경전이 볼 만 했다. 서로 군(軍)과의 이런저런 인연을 내세우며 전두환(全斗煥) 정권의 낙점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당시 핵심 실세인 J씨가 인선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그런데 엉뚱한데서 제동이 걸렸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위원장이 한국정부의 뜻과는 상관없이 서울올림픽조직위 부위원장이던 김운용(金雲龍)씨를 지지하고 나선 것. 김씨는 결국 86년 우리나라의 여섯 번째 IOC위원으로 선임됐다.

▷IOC위원은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명예직이다. 어느 나라든 비자없이 입국할 수 있고 호텔에 도착하면 자기 나라의 국기가 게양된다. 자국(自國)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IOC를 대표해 자기 나라에서 일하며 올림픽 개최지 결정 등 올림픽에 관한 모든 사항을 의결, 수행한다. 그만큼 실질적 권한도 막강하다. 66년 이전에 선임된 IOC위원은 종신직이지만 그 후 선임된 위원은 80세가 정년이다.

▷현재 IOC위원은 79개국 123명. 우리나라는 96년 선출된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회장을 포함해 2명이다. 한국 일본 미국 스위스 등 25개국은 2명 이상의 IOC위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199개 IOC 회원국 중 120개국에는 IOC위원이 없다. 이 역시 IOC위원의 권위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들의 수장격인 IOC위원장은 세계 어딜 가나 국빈대우를 받고 실질적인 영향력도 유엔 사무총장 못지 않다는 얘기다.

▷IOC의 새로운 리더를 뽑게 될 2001년 IOC총회가 7월 16일 모스크바에서 열린다. 우리나라의 김운용 위원 등 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엊그제 후보등록 마감과 함께 뉴욕타임스 등 외국 언론들은 벌써 3파전을 점치기도 했다. 김위원과 벨기에의 자크 로게, 캐나다의 딕 파운드가 각축을 벌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동양인으로는 처음 도전장을 낸 김 위원의 당선 가능성에 세계가 놀라는 눈치다. 벨기에와 캐나다는 은밀하게 국가적 지원체계까지 갖추었다는 얘기가 들린다. ‘모스크바의 이변’을 기다려 보자.

<송대근논설위원>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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