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etro Diary]"이것은 잃어버린 내차예요"

  • 입력 2001년 4월 12일 18시 44분


내 친구 맥스는 항상 중고차를 몰고 다녔다. 그것도 별로 이름이 나있지 않은 2류 브랜드 차인데 이는 물론 경제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맥스는 목돈을 벌게되어 1류 브랜드의 새차를 장만했다. 그러나 차를 산지 며칠 후 시내로 몰고 나갔다가 도둑을 맞고 말았다. 맥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애인을 잃은 것 보다 더 비참한 모습이었다. 그러던 2주 후쯤 친구는 아들 마이클과 택시를 타고 시내로 나가다 신호등 앞에 멈추었다. 이때 아들 마이클이 아버지 옆구리를 쿡 찌르며 “아빠, 저 차 좀 보세요”라고 외쳤다. 그가 잃어버린 차였다. 색깔과 번호가 똑같았기 때문에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맥스는 급히 택시에서 내려 앞쪽 옆 차선의 그 차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그 운전자에게 “이것은 잃어버린 내차”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운전자는 맥스를 쳐다보더니 아무 말없이 차에서 내려 열쇠를 건네주고 거리의 인파 속에 파묻혔다.

나는 직업상 가끔 지하철 6호선을 이용한다. 그러나 그때마다 사람이 많아 짜증이 나곤 했는데 지난 화요일에는 뜻밖에도 텅 빈 전동차가 플랫폼으로 다가와 너무나 기뻤다. 나는 전동차 출입구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으나 아뿔싸! 내가 서있는 반대쪽의 문이 열리더니 잠시 후 닫히고 전동차는 그대로 출발했다. 손님이 적었던 이유를 그제야 알았으나 언제부터 문이 그런 식으로 열리고 닫혔는지, 또 전동차 기관사는 이 사실을 알고있는지, 여러 가지 의문이 꼬리를 이었다.

<연국희기자>ykook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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