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현대건설 소액주주 큰 피해

  • 입력 2001년 3월 27일 18시 37분


현대건설의 감자 후 출자전환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소액주주들이 막대한 피해를 볼 전망이다. 현대건설 소액주주(개인과 법인) 지분은 75%에 이르고 있다. 나머지 25%는 정주영 전명예회장의 증여분을 포함한 현대측 대주주 몫이다(그래프 참조).

27일 현대건설 쇼크로 현대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또 나스닥 주가하락이 겹쳐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3일 만에 큰 폭의 하락세로 돌아서 전날보다 13.08포인트 떨어진 532.90에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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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비율이 핵심 관건〓소액주주들로서는 감자비율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 자본금이 완전 잠식되면 원칙적으로는 완전 감자를 해야 한다. 주식은 휴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감자는 주주총회에서 출석 주주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만약 채권단이 완전 감자를 요구한다면 75%에 이르는 소액주주들이 반대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에서는 차등 감자라는 방안을 흘리고 있다. 대주주 지분은 완전 감자시키고 소액주주 지분에 대해서는 일정비율만 감자시키는 것이다. 금감원 정기홍(鄭基鴻) 부원장은 “소액주주에 대한 배려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액주주들로서는 감자를 무조건 반대할 수도 없다. 무산될 경우 현대건설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돼 소액주주들의 손실이 더욱 커진다. 채권단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게 그나마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구체적인 감자비율은 3월 초부터 실시중인 영화회계법인의 자산실사결과가 나오는 4월 중순 이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주가 움직임〓27일 주식시장에서는 ‘감자’라는 초대형 악재가 현실화되면서 현대건설 주가가 하한가로 곤두박질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작년 11월 초 저점이었던 1115원을 깨고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건설 주가가 1000원 밑으로 하락할 경우 작년 6월 고점인 5900원의 6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하는 셈이다. 소액주주들은 감자에 따른 피해에다 주가추락으로 인한 손실까지 입어 ‘이중고’를 겪게 됐다.

또 증권거래소는 현대건설이 사업보고서를 제출해 자본금이 완전 잠식된 점을 확인할 경우 즉각 관리종목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사업보고서를 3월 말까지 내야 해 늦어도 다음달 2일에는 관리종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주에는 긍정적일 듯〓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해주면 은행주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은행권이 총여신의 35% 가량을 출자전환할 경우 충당금규모가 4961억원이 되고 이중 1801억원을 이미 쌓아놓아 추가부담은 3160억원에 그쳐 감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현대건설에 대한 채무조정으로 발생하는 추가손실을 빼면 출자전환 금액이 모두 손실이 되지 않고 남은 여신인 9213억원에 대한 충당금 부담도 적어져 실제 추가손실은 3160억원보다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은행권의 추가손실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고 출자전환을 통해 현대의 불확실성이 없어질 수도 있다”며 “은행 업종에 대한 투자판단은 중장기적으로 비중 확대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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