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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25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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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새로운 시작을 위한 청사진 이라는 국가경영비전을 발표하면서 국민 결과 시장 중심의 작지만 능동적인 정부구현을 그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한 접근방법은 전자정부의 구현과 전자조달체계의 확립이며, 이제 연방정부는 닷컴(정보서비스 기업)이 아닌 닷거브(정보서비스 정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혁신위원회도 전자정부의 성공을 위해 장관급의 대통령 보좌역을 전자정부사령탑으로 임명하고, 연방CIO(정보화책임관료)가 범부처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조직을 갖도록 권고한 바 있다. 또 기획예산처 차관으로 하여금 30억 달러의 전자정부기금을 조성 관리토록 했다. 목표는 2003년까지 모든 정부정보서비스의 온라인화이며 정보격차 없는 e-국민세상을 펼쳐 나아가자는 신 미국혁명 전략이다.
우리나라 국가정보화 추진도 박진감은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정보대국을 강조하고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를 자랑하게 됐다. 정부 부처들은 나름의 정보화 기치를 내걸고 있고 의무적으로 CIO를 임명했으며 국무총리실은 부처간 조율을 맡고 있다.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전산원은 정보화촉진기금 중 매년 5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하는 전자정부구현 전담조직으로 활동중이다. 정부는 최근 전자정부민간특별위원회도 설치했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 보면 아쉽고 불안하기만 하다. 우선 국가CIO가 보이지 않는다. 국무총리도, 정통부장관도 이 역을 자임하지 않고 있다. 모두에게 정보화는 매우 중요한 관심사일 뿐이다. 대부분의 부처별 CIO들은 스스로 전문성이 없음을 자인하며 하부관료에게 맡기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국가정보화 기획과 집행을 일임한 한국전산원의 기술인력 규모는 200명도 채 안된다.
정보화사업의 적정가격 산정 방법은 의문투성이인 까닭에 예산편성은 늘 주먹구구식이고, 감사원은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를 가리느라 고심하고 있다. 정보화사업 기술감리도 형식적이다. 영종도 신공항이 좋은 예가 되듯이 문제가 터지면 말단 기술자들만 밤잠을 못잔다. 각종 정보화사업의 목표도 불분명할 뿐 아니라 누구도 결과를 평가하거나 성과를 측정하지 않고 있으니 예산 낭비도 모르고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도 벗어나 있다. 사실상 개발을 주도하는 시스템통합(SI)업계까지 공공사업의 만성적자를 호소하고 있으니 이 모든 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국가CIO가 안보이는 상황에선 손가락질할 사람도 마땅찮다.
선장 없는 어선에 만선을 기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능력 있는 선장, 책임질 수 있는 리더를 국가정보화의 배에 태워야 한다.
이주헌(한국외국어대 교수·한국CIO포럼 대표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