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북경이야기1, 2

  • 입력 2001년 3월 23일 19시 05분


◇북경 이야기1, 2/린 하이윈 글/관웨이싱 그림/방철환 옮김/

각 140쪽 내외, 8500원/베틀북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린 시절은 빙그레 웃음짓게 하는 매력이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옳고 그름이나 싫고 좋음보다는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지금 크는 아이들도 언젠가 그걸 알게 되겠지. 지금 세상을 다 얻은 듯이 지나가는 시간들이 그저 수채화처럼 담담한 기억으로만 남는다는 걸….

이젠 팔십이 넘은 중국 작가의 어린 시절을 두 권의 책에서 볼 수 있다. ‘북경이야기’ 1권 ‘우리는 바다를 보러간다’에서는 일곱 살 주인공 ‘잉쯔’의 관심사가 집에서 친구, 이웃, 그리고 낯선 사람에게로 옮겨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양부모에게 학대받는 친구, 관습에 얽매여 자식을 빼앗기고 미친 이웃여자, 똑똑한 동생의 학비를 위해 도둑질을 해야 하는 아저씨. 어쩔 수 없는 파도에 휩쓸려 살아가야 하는 이들의 삶에서 어린 ‘잉쯔’는 바다처럼 험한 세상을 본다.

2권 ‘아버지의 꽃은 지고, 나는 이제 어린애가 아니다’ 에서는 잉쯔가 열 세 살이 되어가면서 모양새가 서로 다른 어른들의 삶을 지켜보고 있다. 남의 집 첩과 떠나버린 대학생 삼촌, 자신의 아이는 젖동냥을 시키며 남의 집 유모가 된 쑹마, 자식들을 팔아가며 연명하는 누런이 아저씨,폐병걸린 아버지 때문에 힘들어하는 어머니, 엄한 아버지의 기억 등 이런 상황들을 아무런 평가도 내리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만 그려내고 있다. 스쳐 지나가는 기억들로.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 더 이상 어린애로 지켜보기만 할 수 없이 뛰어들어야 하는 삶이라는 바다. “나는 이제 어린애가 아니다”

이 책의 압권은 그림이다.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책 내용이 그림으로 인해 환상적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느껴지는 그대로 정교하고 따뜻하며 사실적이다.열 세 살 이후의 삶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진한 유화가 어울리지 않을까?

이제 막 유년에서 벗어나 세상이라는 바다에 발을 담그려는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다. 삶은 지금은 폭풍처럼 지나가도 뒤돌아보면 담담한 것임을 이야기하며. 아이들은 의심하겠지. 과연, ‘이 모든 것이 그저 옛날 일이 될 수 있을까?’

초등학생 모두 읽을 수 있겠다.

김혜원(주부·37·서울 강남구 수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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