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대근/물 전쟁

  • 입력 2001년 3월 22일 18시 30분


조선시대의 대표적 지리서로 꼽히는 ‘택리지(擇里志)’는 풍수학적 입장에서 어디가 살기 좋은 곳인가를 설명한 책이다. 저자인 청담 이중환(淸潭 李重煥·1690∼1752)은 산 모양, 들의 형세 등 여러 가지 조건을 설명하면서 그 때마다 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강원도 지방의 산림남벌로 토사가 흘러내려 한강 바닥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걱정했다는 점이다. 풍수학적인 물의 흐름은 물론 자원으로서의 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다는 얘기일 것이다.

▷얼마전 세계은행은 ‘20세기가 석유 분쟁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 전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두 개의 노벨상, 즉 노벨평화상과 과학상을 받을 것”이라는 말로 물 부족의 심각성을 요약하기도 했다. 현재 지구촌 인구의 절반 가량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물이 없거나 오염된 물 때문에 매일 5000명의 어린이가 숨져간다는 유엔의 보고서를 보면 케네디의 비유가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국가간 물 분쟁이 곧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특히 중동지역에선 물 문제가 화약고나 다름없다.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는 모두 요르단강에 목을 매고 있고 그만큼 ‘물꼬 싸움’이 심각하다. 최근 레바논이 요르단강 지류인 하스바니강의 물길 돌리기 공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스라엘은 곧장 침공 위협으로 맞서고 있다. 그야말로 ‘생명수’가 걸린 싸움이니 타협이나 양보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우리도 해마다 적잖은 가뭄 피해를 보면서도 아직은 물 부족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려온 물 관리 정책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의 1인당 물 사용량은 독일의 3배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각종 세계기구는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의 1인당 평균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2.5%에 불과하다. 5년 후에는 연간 4억t의 물이 부족할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유엔이 정한 물의 날(3월 22일)을 맞아 이제 ‘물 쓰듯 한다’는 말부터 버려야 할 것 같다.

<송대근논설위원>dk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