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포럼]이경숙/우리 교육 희망은 없는가

  • 입력 2001년 3월 22일 18시 30분


요즈음 자녀교육을 위해 미련없이 떠나는 교육이민이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통계에 의하면 1999년 3월부터 2000년 4월 사이에 유학길에 오른 초중고생이 1만4111명이라고 한다. 또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10월과 11월에 조사한 ‘초중등 교육 문제와 정책방향 여론조사’에서는 학부모(88.3%)와 교육전문가(92.9%)의 절대 다수가 교육현실을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절반을 넘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처럼 많은 사람이 이 땅의 교육에 회의와 절망을 느끼고 기회만 있으면 떠나려고 하는가. 가장 큰 이유는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이 우려할 만한 수위에 이르렀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개혁의 목소리는 높지만 기대할 만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점점 늘어나는 사교육비와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 등 불신을 가중시키는 문제가 쌓여가기 때문이다.

▼정책불신이 교육붕괴 불러▼

아끼고 사랑하는 자녀들이 폭넓게 열린 교육환경에서 풍요로운 삶을 준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이런 바람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늘의 교육현실을 외면하고 한탄하기보다 이를 극복하고자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이어야 할 것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교육이 제대로 서지 못하면 100년 앞날이 어려워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적자원이 가장 중요한 재산이다. 다른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우수한 인력은 발전의 원동력이며 인재양성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고도의 지식정보사회로 갈수록 신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는 교육이 요구되고 있다. 방대한 지식을 습득하고도 활용하지 못하는 인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능력을 계발하며 긍정적이고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인재들을 배출해야 하는 것이다.

21세기 지식기반 경제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국가들은 예외없이 교육개혁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래의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새로운 교육비전을 세우고 효율적인 교육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교육개혁에 앞서 내부적인 공감대 형성과 바람직한 사회문화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뢰와 섬김을 바탕으로 한 문화를 우리 사회에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은 교육의 기반을 세우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섬김문화는 참된 인간사랑으로부터 비롯된다.

또한 대립과 갈등, 소외와 분열의 관계를 올바로 회복시킴으로써 각 개인이나 사회가 갖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과 역량을 통합해 발휘될 수 있도록 한다. 마음을 열고 서로 이해하는 문화 속에서 함께 풀어야 할 난제에 대한 최상의 대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문화 속에서 정책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협조가 증대돼 최대의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본다.

교육은 사람과 문화를 통해서 바뀌어질 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교육의 장으로서 단지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서 의식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세계적으로 남다른 교육열을 보여준 기성세대의 모습은 어떠한가. 화합과 나눔, 배려보다는 남을 제치는 경쟁과 이기심, 무관심에 익숙하다. 보고 배울 수 있는 귀감이 부족한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며 자성할 일이다.

▼가정과 사회부터 의식전환을▼

우리는 미래를 책임질 사람을 키워야 할 교육적 사명이 있다. 따라서 21세기 한국을 이끌어갈 주역들에게 삶의 본보기가 되는 역할모델로서 솔선수범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그런 노력이 하나로 모아지면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교육개혁을 이끌어갈 큰 힘이 될 것이다.

더불어 다양한 개성과 재능을 지닌 학생들이 이 땅에서 가능성을 꿈꾸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최근 사회문제로 다뤄지고 있는 교육이민은 교육개혁 논의를 활성화하는 발전적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한국교육의 질적 도약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방안이 구체화될 수 있도록 국가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경숙(숙명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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