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눠먹기' 개각은 안된다

  • 입력 2001년 3월 21일 18시 44분


어차피 해야 할 개각이라면 뜸들일 이유가 없다. 의료보험 재정 파탄 위기와 한미 정상회담에서 노출된 미숙한 외교 등 도처에서 불거진 국정 난맥과 그에 대한 국민 불신을 생각한다면 내각 개편은 불가피하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으로서도 내각 개편을 통한 분위기 쇄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개각이 기정사실화되면서 공무원 사회는 대체로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라고 한다. 그렇다면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문책 인사에 그칠 일은 아니다. 오늘의 국정 난맥이 비단 의보재정 파탄에 국한된 것이 아닌 만큼 대규모의 내각 개편은 피할 수 없다.

하물며 시간을 끄는 이유가 DJP 공조 복원에 따른 자민련과의 장관자리 나눠먹기를 재기 위한 것이라든지, 연정설이 나도는 민국당의 내부 입장 조율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라면 그런 식의 ‘정략적 개각’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국정쇄신은커녕 정권에 대한 불신만 극대화될 것이다.

개각은 무엇보다 민생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정파간 야합의 반대급부로 장관 자리를 나눠줘서는 안 된다. 과거 정파간 자리 나눠먹기식 인사로 국정에 끼친 폐해가 얼마나 컸던가. 강조하지만 이번 개각만큼은 철저히 ‘민생위주 개각’이 되어야 한다. 눈앞의 정치적 이해나 ‘우리 사람 내편’ 챙기기 따위가 각료 인선의 기준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특히 장관이야 누굴 앉히든 대통령이 국정을 모두 끌어나가고 챙기면 된다는 ‘대통령 만능’의 사고나 ‘독선적 자만’부터 버려야 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은 지난 3년간의 국정운영 실패의 교훈에서도 분명하지 않은가. 대통령이 장관 일에 너무 세세한 것까지 간섭해서야 어느 장관이든 대통령의 눈치나 볼 것이다. 권한이 없는 만큼 책임감도 약할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이번에라도 국정을 맡길 만한 전문성과 개혁성, 정책을 이끌어갈 소신과 책임감이 있는 인물을 가려 뽑아 김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함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관 평균 임기가 1년도 채 안돼서야 책임행정은 말뿐이다.

김 대통령은 이번 개각에 이 정부의 마지막 성패가 달려 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인선의 어려움 때문에 개각이 늦어진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 않고 오로지 정치적 계산 때문이라면 정말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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