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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21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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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철 유상부(劉常夫) 회장은 민영화된 이후의 포철을 ‘주주 우선 경영의 대표 기업’으로 곧잘 표현한다.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사업 불참 결정이나 현대에 자동차용 핫코일을 공급할 수 없는 이유도 주주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없다는 논리로 설명했다.
그러던 포철이 돌연 박태준(朴泰俊) 전총리를 명예회장으로 ‘옹립’하겠다고 나섰다. 박 전총리의 명예를 고려한 단순한 ‘예우차원’이라고 회사측은 밝혔다. “배경 설명으로는 약하다”는 지적에는 “철강사업에 박 전총리만큼 경륜 있는 분이 어디 있느냐”며 강한 영입의지를 보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해 포철의 박 전총리 영입과 유 회장이 그토록 강조하는 주주 우선 경영은 어울리지 않는다. 예우를 위한 명예회장 영입을 ‘주주를 위한 배려’로 받아들일 주주가 과연 얼마나 될까. 백 번 양보해서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바람막이 차원에서 ‘거물’을 영입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문제다. ‘한 수’를 지도 받는 일은 박 전총리가 바깥에 있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박 전총리는 68년 포철 경영을 맡은 이후 25년을 포철과 함께 한 대표적인 포철맨이자 국제적인 철강맨이다. 따라서 유 회장은 박 전총리를 명예회장으로 모심으로써 경영에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불필요한 외풍을 막는 데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 명예회장―유 회장 체제’는 과거로의 회귀다. 정치적인 이유로 박 전총리가 포철을 떠나기 전인 92년 포철의 경영체제는 박태준 회장―정명식(丁明植) 사장―유상부 부사장 체제였다.
더구나 박 전총리는 부동산투기 문제로 총리직을 떠나 아직까지 그 ‘흠집’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옛 인물들이 다시 모여 경영체제를 10년 전으로 되돌리는 상황을 보고 손뼉을 칠 주주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주주 우선을 외치는 유 회장이라면 ‘민영화된 포철’과 ‘과거로의 회귀’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김동원<경제부>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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