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기획]새바람부는 유소년축구(상)

  • 입력 2001년 3월 20일 18시 29분


《지난해 한국 축구계의 화두는 단연 유소년축구였다. 시드니올림픽과 청소년축구대회에서의 잇딴 패배로 국내 축구계는 기본이 되는 유소년축구부터 착실히 기반을 다지지 않고는 안된다는 뼈아픈 각성이 일어났다. 이후 유소년축구는 어떤 변화를 맞고 있을까. 24일과 25일 열리는 ‘2002월드컵 공동개최기념 2001한일소년축구대회’를 계기로 국내 유소년축구의 현황을 두차례에 걸쳐 점검해 본다.》

올 한국초등학교축구연맹회장기에서 우승해 국내 유소년축구 ‘왕중왕’에 오른 안산 광덕초등학교 축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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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휘 초등학교 축구연맹회장 인터뷰

신흥 강호로 발돋움한 이 학교가 2년전인 1999년 치른 전국대회 경기수는 총 18경기였다. 4개 대회에 출전해 모두 결승토너먼트까지 진출해 그나마 사정은 나은 편이었다. 전체의 75%에 이르는 팀들은 번번이 예선에서 탈락해 연간 5,6경기를 치르는데 그쳤다.

한 두경기 지면 그대로 ‘보따리를 싸야’하는 지도자들은 매 경기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었고 ‘즐기는 축구’니 ‘창조 축구’는 먼나라 얘기였다. 출전 기회도 대부분 체격이 상대적으로 큰 6학년에게 돌아갔고 저학년 선수들은 일년에 한두경기 출전하기도 어려웠다.

이런 국내 유소년축구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남해에서 전국 169개팀 5100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순위 그룹별 풀리그로 치른 전국 유소년축구대회가 그 계기.

“리그전이 정착되면서 저학년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많이 돌아가고 지도자도 매경기 승패에 집착하기보다 다양한 전술 실험을 할 수 있어요. 자연히 틀에 맞춘 이기는 축구보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중요시하는 창조 축구도 가능하게 되죠.”

노정윤 이임생등 스타 플레이어를 지도했던 이영록 율전초등학교 감독은 리그제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올들어 한국초등학교축구연맹은 지난해 시범 실시했던 유소년 지역리그를 전국 16개 시도로 확대 실시한다. 이에따라 올시즌 전국 초등학교팀이 소화할 경기는 3000경기 이상으로 지난해 900경기보다 3배 이상 늘어난다. 약한 팀들도 강한 팀과 마찬가지로 고른 출전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돼 균형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도 올초 대의원총회에서 유소년축구 투자액을 지난해보다 두배가 늘어난 18억원을 책정해 리그제 정착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현재 유소년 선수들이 주역으로 성장할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축구의 만개를 기대해볼만 하다.

다만 현장 지도자들이 느끼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대회 출전비용을 대부분 학부모의 호주머니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경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 출전 기회가 늘어나는 대신 출전 비용도 늘어나고 있는 국내 유소년축구 리그제가 풀어야할 숙제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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