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월드]의사당서 숙식 해결하는 美 의원들

  • 입력 2001년 3월 19일 16시 57분


"부자만 의원이 되라는 말이냐. 의사당에서 지내다보니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의사당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살아가는 의원들이 있다. 그런데 이게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 선량들의 이야기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도 있을 법하다.

미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최신호(19일자)는 하원의 일부 의원들이 지급받는 세비로는 워싱턴의 높은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의사당내 사무실에서 먹고자며 활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의사당을 집으로 삼아 살고 있는 의원은 25명. 이들은 잠은 사무실의 간이 침대에서, 세수와 샤워는 의회체육관에서, 끼니는 카페테리아에서 해치운다는 것.

미 하원의원의 세비는 연간 14만5100달러(1억8800만원). 언뜻 적지 않은 액수처럼 보이지만 정작 고향의 가족들의 생계비와 워싱턴 생활비 등 '두 집 살림'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잭 킹스턴 의원(조지아주)은 93년 37세의 나이에 인생의 목표인 하원 의원에 선출돼 워싱턴에 입성했으나 경제사정 때문에 9년째 의사당에서 지내며 중산층 의원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중산층이라면 두 집 살림을 할 수가 없다"며 "세비 인상을 하지 않고서는 부자들만이 의원직에 출마하게 될 것"이라고 푸념했다.

존 심커스 의원(일리노이주)은 "사무실에서 자고 일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면서 "오히려 (시간이 절약돼)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돈이 필요하면 부업을 찾아 나서면 된다"며 세비 인상에도 반대한다.

의회 일각에선 세비 이외에 의원의 일당을 165달러(약 20만원)로 올리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상당수 중산층 의원들은 걸핏하면 세비를 올리려는 우리나라 선량들과는 달리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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