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터치>,소년 야구 만화의 최고 걸작

입력 2001-03-06 13:41수정 2009-09-21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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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스키 타츠야와 카즈야는 한날 한시에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 형제. 얼핏 보기엔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꼭 닮은 두 사람이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생활상은 영 딴판이다. 동생 카즈야가 스포츠 만능에 성적도 뛰어난 성실하고 반듯한 모범생으로 모두의 칭찬이 자자한데 비해 형 타츠야는 게으를 뿐 아니라 여자만 밝혀대고 어딘가 능글맞아 보이기까지 하는 태평한 소년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동생 못지 않은 운동 신경과 재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동생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남 앞에 나서지 않으려 하는 사려 깊은 성격의 소유자다.

이들의 사이에는 태어나서부터 주욱 함께 자라온 동갑내기 소꼽친구 미나미가 있다. 상냥하고 밝은 성격에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싹싹하고 예쁜 소녀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그녀에게는 두 개의 소원이 있다. 하나는 고교 야구의 꿈의 구장 갑자원에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러 가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

카즈야는 미나미의 첫번째 꿈을 이뤄주기 위해 오랫동안 땀 흘려 왔고, 메이세이 고교의 에이스가 되어 갑자원으로 성큼 다가서게 된다. 그러나 카즈야는 미나미가 이성으로 좋아하고 있는 것은 형 타츠야라는 것을 눈치채고 마음이 조급해진다. 언제나 카즈야를 위해 오던 타츠야 역시 미나미만은 동생에게 양보할 수 없다는 결심을 굳히면서 세 사람의 감정은 급격히 미묘해진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원으로 향하는 예선 결승전을 치루기 위해 구장으로 향하던 카즈야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뜨고 마는데…

소년 야구 만화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터치>는 아다치 미츠루의 대표작이자 출세작이다. 섬세하고 정갈한 감정 묘사와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말장난이 일품이다. 거기다 대사에 상징과 암시가 교차되는 절묘한 연출법이 어우러지면서 '아다치 미츠루식' 만화의 기념비적인 첫작품이 되었다.

사실 피끓는 고교생들의 한판 승부와 양념처럼 더해지는 약간의 로맨스는 소년 만화의 가장 흔한 소재중 하나다. 막무가내의 풋내이기거나 경천동지할 천재인 주인공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자신보다 강한 상대들을 차례로 무찌르고 마침내는 사랑도 쟁취하지 않던가.

그런 흔한 스포츠 애정물인 <터치>가 단연코 빛을 발하는 것은 치기어린 헝그리 정신에 사방팔방으로 튀지 않고 시종일관 열정을 감춘 채 담담한 여유를 잃지 않는 캐릭터들의 매력 덕분일 것이다. 간결하고 암시적으로 묘사되는 인물들의 말과 행동은 평범한 스포츠물이 흉내낼 수 없는 깊이와 매력을 지니고 있다. 물론 치밀하고 박진감 넘치게 한 회 한 회가 펼쳐지는 야구 경기의 재미와 카즈야가 죽어버리면서 더욱더 심화된 미나미와 타츠야의 갈등이 탄탄하게 뒷받침되어 주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터치>의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야구를 향한 열정은 보는 이의 마음마저도 뜨겁게 달구워 놓는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에서 공을 쥔 소년의 힘찬 분투기는 20년 가까이 지난 세월에도 전혀 빛바래지 않는 아름다움 그것이다.

김지혜 <동아닷컴 객원기자> lemonjam@now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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