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신자유주의 경제학 비판

  • 입력 2001년 3월 2일 19시 11분


◇신자유주의 경제학 비판/크리스 하먼 지음/심인숙 옮김/174쪽, 7500원/책갈피

세월이 지나면 경제를 이끌어가는 사상도 변한다. 경제학이 학문의 틀을 갖추기 시작하던 200년 전의 중심 사상은 자유주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으로 믿었다. 시장이 제대로 기능만 한다면 필요 이상으로 생산이 늘어나는 일도 없어지고, 당연히 심각한 불황도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가격 지상주의를 믿던 고전파 경제학이 치명적인 일격을 맞은 것은 1930년 대공황 때. 엄청나게 많은 물건이 쏟아져 나와 가격이 떨어졌지만 기대와 달리 소비가 늘어나지 않았다. 공황의 여파로 이미 소비자의 구매력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타격을 입었고, 시장도 전혀 역할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공황이 깊어지자, 사람들은 시장과 가격의 기능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 때 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던 것이 정부의 힘. 정부가 경제 각 부분을 적절히 통제하면 심각한 경기 침체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정부의 힘이 점차 커지자 기형적인 형태도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이 이탈리아의 IRI와 ENI라는 국영기업. 무솔리니가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두 기업에 전체 경제 역량을 집중시켰다. 스탈린은 아예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하려 나섰다. 미국에 비해 뒤진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계획하고 통제하는 경제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정부의 힘이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선진 각국 정부가 경제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있었지만 심각한 경기 침체를 막는데 실패했다.

정부에 대한 믿음이 깨지면서 다시 등장한 것이 신자유주의. 10년 넘게 번영을 누린 미국의 힘이 시장에서 나왔다는 신념이 바탕이 됐다. 다시 시장에 대한 믿음이 부활한 것이다.

이 책은 ‘세계화’ ‘신경제’와 함께 최근 세계적인 조류가 된 ‘신자유주의’를 해부하고 있다. 기존의 책들이 신경제에 대해 다분히 감정적인 비판으로 접근한 반면, 이 책은 고전파, 케인즈에서 마르크스에 이르는 다양한 경제 사상이라는 이성을 사용했다.

‘신자유주의’에 의해 시장이 다시 부활했지만, 어두운 그림자도 남겼다. 대표적인 것이 ‘빈곤’과 ‘집중화’. 자본이 소수에게 집중되자, 이것을 소유하지 못한 집단은 절대적인 가난에 시달렸다. 50년대에 비해 전세계의 생산량이 다섯배나 늘었지만 극빈층도 늘어나는 모순이 현재의 세계에 남아있다. 신자유주의의 유산으로….

(대우증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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