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인천공항 '종합운영시험' 실시

  • 입력 2001년 2월 27일 19시 37분


‘주연 항공사, 조연 관세청 검역소 등 상주 기관, 제작 인천국제공항공사.’ 3월29일 개항하는 인천국제공항의 실제 작동 상황을 가상한 ‘종합 시험운영’ 테스트가 27일 하루동안 영종도 현장에서 동시다발로 거행됐다. 국내 항공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진 이날 테스트는 1만5000여명의 엑스트라 출연진과 항공기 대형버스 수화물 등 대형 소품이 대거 동원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촬영을 방불케 했다.

총감독은 국내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스펙터클 영화의 거장인 강동석 인천국제공항공사사장. 그는 앞서 해운항만청이 제작한 ‘항만을 움직여라’ 등 다수의 SOC 대작을 연출한 바 있는 베테랑.

강 사장은 “활주로 이탈, 비상 착륙, 수화물 분실 등 실제 공항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불상사를 가정했다”며 ‘연출 소감’을 말했다.

인천공항측은 이 과정에서 드러난 공항 운영의 미비점은 3월 29일 공식 개항 전까지 완전 무결하게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시나리오〓낮 12시15분. 35분 전 김포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B767기(OZ 891)가 인천공항 제2활주로에 미끄러지듯 착륙했다. 여객기에 타고 있던 가상승객 35명은 9번 게이트를 통해 여객터미널로 들어와 세관 검색대에서 입국 절차를 밟았다. 나머지 공항에 있던 자원봉사자 1만5000명은 출국자(3400명), 입국자(1600명), 환송 환영객(1만명)으로 나눠 출입국 수속을 밟으면서 터미널 내의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했다.

면세점과 서점 등도 임시로 문을 열고 가상 승객들을 맞았다. 또 승객을 감지해 작동하는 ‘자동보도’와 미래형 ‘누드승강기’에도 전원이 공급됐으며 252개 체크인 카운터에도 유니폼을 입은 항공사 직원들로 북적거리는 등 실제 상황을 방불케 했다.

▽실제와 똑같은 물량 투입〓출연진은 출입국 사무소 직원 100명, 세관원 93명, 검역요원 12명 등 조연급 500여명과 엑스트라 1만5000여명 등 모두 1만5500여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승객으로 ‘출연’한 엑스트라들은 서울 인천 경기지역 학교, 교회, 노인회, 아파트 부녀회에서 자발적으로 나온 자원봉사자들. 이들은 제작사측이 수개월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모집한 사람들로 교통편과 점심식사, 간단한 기념품만 받고 현장에 나왔다.

‘소품’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협찬한 B777―300기와 B767기, 대형 버스 350여대, 수화물 5000여개가 투입됐다. 그러나 ‘제작비’는 2억1600만원에 불과했다. 출연진 전원이 출연료를 받지 않았고 소품도 대부분 협찬 받았기 때문.

▽NG장면〓이날 테스트에서 가장 많은 ‘NG(문제점)’가 발생한 곳은 출국하는 승객들이 짐을 싣는 체크인 카운터. 짐 1개를 싣는 데 최고 8분까지 걸렸다. 몇 초에 불과한 김포공항에 비하면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려 일부 승객은 짐을 내버려둔 채 입국장으로 나가기도 했다. 대한항공 탑승수속팀의 이서복씨는 “짐을 움직이는 속도가 너무 늦어 실제 개항이 되면 항의하는 승객 때문에 골치를 앓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복잡한 표지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화장실이나 패스트푸드점을 찾지 못한 엑스트라들이 대열에서 이탈해 승객 흐름이 수시로 끊어진 것.

자원봉사자로 온 김가솜씨(20·서울 송파구 문정동)는 “표지판이 많이 있지만 너무 복잡하게 표시돼 있어 길을 잃기도 했다”며 “하루빨리 표지판이 정비돼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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