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 선진국에서 배운다]성패의 열쇠는 "수익률"

  • 입력 2001년 2월 27일 18시 34분


리츠는 한마디로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제도’다. 리츠 회사가 제 아무리 우수한 전문가를 고용해 부동산에 투자해도 일정수준 이상의 돈을 벌 수 없다면 말짱 헛일이다.

국내에서도 리츠 조기정착을 위해서는 부동산투자의 수익률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안전하고 꾸준하게’ 일정수준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없다면 리츠는 도입돼도 외면당할 수밖에 없고 곧 사라질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진국처럼 안전하게 수익을 내기에는 국내 부동산시장의 수익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

▽외국의 경우〓리츠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리츠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연간 7% 정도를 배당한다. 리츠회사가 부동산 운용으로 버는 돈은 통상 투자액의 10% 수준.

미국에서 가장 큰 사무실임대 전문 리츠인 ‘에쿼티오피스’는 보유빌딩을 세놓아 연간 10∼11%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는 투자금액의 5.6∼6%를 현금으로 배당하고 있다. 이 회사 피터 키슬룩씨는 “연간 임대수익이 빌딩 구입가격의 11∼14%는 될 것이라는 계산이 나와야 새로 빌딩을 사들인다”고 말했다.

주택임대 전문 리츠 ‘홈프라퍼티즈’도 비슷하다. 이 회사의 투자수익률은 10% 남짓. 투자자들은 배당으로만 7%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은행 예금금리는 대략 3.5∼4%. 리츠에 투자하면 예금할 때보다 3%포인트 정도 높은 수익률을 보장받는 셈이다.

일본리츠의 예상수익률은 미국보다 낮다. 그러나 은행 예금금리에 비해서는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부동산연구소는 리츠 수익률을 최저 3%선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금금리가 거의 0%에 가까운 점을 감안하면 리츠투자와 은행예금의 수익률 차이가 3%포인트에 이른다.

▽국내 빌딩 임대수익률 7∼8%〓한편 우리는 어떨까. 리츠 도입시 투자 ‘0순위’로 꼽히는 빌딩 임대시장을 살펴보자.

한국감정평가협회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11층 이상 오피스빌딩의 투자수익률은 연 7.39%. 종로 중구 등 도심은 8.76%, 강남지역은 6.43%로 나타났다. 사무실 임대전문업체인 코르닥은 임대여건이 좋은 빌딩에 한해 연간 수익률이 도심권 8∼9%, 강남권 7%선인 것으로 분석했다.

강남과 강북의 차이는 임대방식과 빌딩가격 때문에 나타난다. 종로 중구의 경우 임대방식이 주로 월세다.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선. 반면 강남은 전세 위주로 빌딩이 임대되고 있다.

연간으로 환산한 월세 이자율은 최고 18%, 낮아도 12%로 수익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 전세로 임대하면 요즘처럼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시기에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없다.

코르닥 이한국대리는 “평당 1000만원짜리 사무실을 600만원에 전세로 임대하면 빌딩값이 크게 오르지 않는 한 손해”라며 “수익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빌딩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강남권 빌딩은 새 건물들이 많아 매입가격이 높은 것도 임대수익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택의 경우 소형 다가구주택을 월세로 임대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빌딩보다 높은 임대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배당하기에는 수익률 낮다〓국내에 도입될 리츠는 매년 얼마나 배당해야 투자자들이 몰릴까. 이는 리츠상품이 얼마나 안전한가에 따라 달라진다. 은행예금만큼 안전하다면 은행예금금리보다 조금만 높아도 투자자를 모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비교적 안전한 리츠상품이라면 연간 8∼10%선을 배당하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현대건설 박래익 리츠팀장은 “상품만 안전하면 배당률이 8%만 돼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정도를 배당하기 위해서는 리츠회사가 부동산 운용을 통해 적어도 10% 이상 수익을 내야 한다. 은행예금보다 투자의 위험성이 높고, 수익에서 리츠회사 운영비도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빌딩의 임대수익률은 아직 10%선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고객이 원하는 배당을 하기에는 수익률이 낮다는 얘기다.

▽안정성 고려해야〓리츠를 준비하는 업체들은 부족한 수익을 자산가치(운용중인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메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임대수익은 이 정도지만 보유중인 빌딩 값이 오를 것이므로 연간 10%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빌딩 값 상승은 보장된 것이 아니다. 오를 수도 있지만 떨어질 수도 있다. 빌딩 값 상승을 기대하고 빌딩을 임대중인 리츠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안전한 투자가 아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연구위원은 “리츠도입 초기에 과대선전을 조심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안전성을 리츠투자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임대수익이 예상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리츠에 투자해야 안전하다. 리츠 설립 당시 주주인 기업들이 보유중인 애물단지 빌딩을 출자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리츠가 임대수익이 낮은 빌딩을 사들이면 전체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월세 정착, 세제혜택, 임대료 안정이 필수〓안전하면서도 적정한 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월세제도가 빨리 자리잡아야 한다. 외국계 펀드인 BHP GIC 등은 연 수익률이 6∼8%선이면 국내 빌딩을 매입할 뜻이 있다고 공언한다. 전세 위주의 임대방식을 월세로 전환하면 수익률을 10%까지 높일 수 있기 때문.

리츠회사에 세제혜택을 주고 리츠회사들이 운영비용을 줄이는 것도 적정 수익률을 보장하는 방법. 임대료가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것도 리츠 정착을 위한 시장조건으로 꼽힌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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