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약분업 혼란 언제까지?

  • 입력 2001년 2월 23일 18시 58분


의약분업은 언제까지 오락가락할 것인가. 분업 시행 8개월 동안 바람잘 날 없었지만 그래도 의료대란은 지난해 10월의 의료계 파업이 ‘끝이었겠지’라는 게 시민의 생각이었다. 사실 지난해 의료계의 폐업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시민은 약의 오남용을 막는 새 제도가 37년의 논란 끝에 시행된다는 점에서 갖가지 불편을 감내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또 주사제의 의약분업 대상 제외 문제로 의료파행이 거론되니 시민으로서는 혼란스럽고 짜증이 날 만하다.

주사제를 의약분업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약사법 개정안이 엊그제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통과되자 약사회와 시민단체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약사회는 오남용이 심한 주사제를 분업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의약분업 취지에 정면 배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지방의 약사회 지부는 의약분업 불참 운동에 들어가기로 결의하기도 했다.

약사회와 시민단체의 주장은 우리나라의 주사제 처방률이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17.2%를 훨씬 넘어서는 50% 수준인데 의사가 모든 주사제를 직접 관리하게 되면 주사제의 오남용은 근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사와 제약계의 담합도 우려한다.

하지만 주사제를 분업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주사제 처방료와 약값을 따로 내고 병원과 약국을 오가야 하는 환자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주사제를 분업 대상에서 제외하면 의료보험 재정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의료보험 재정난은 심각한 상태이다.

의약분업이 시행 8개월이 다 되었어도 여전히 제자리를 잡지 못해 안타깝다. 의료체계가 혼란을 겪는 주된 이유는 정책의 일관성 결여 때문이다. 정부는 주사제 문제만 해도 의약분업 시행 전부터 분업 대상으로 포함시켰다가 제외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또 시행 후에는 차광 냉장 항암주사제를 제외한 주사제를 분업 대상에 포함시킨다고 했다가 모든 주사제를 제외한다고 정책을 바꾸었다.

의료계의 집단폐업 등으로 인한 의료대란 때는 의료계를 진정시키는 데 급급했던 정부가 이번에는 약사회의 반발을 막는 일이 급하게 됐다. 정부는 주사제 오남용을 막을 대책을 제시하며 약사들을 설득하기로 했다는데 그 대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주사제 문제로 의료파행이 재발되어서는 안된다. 하루빨리 의료분업이 제자리를 찾아 더 이상의 국민 불편과 고통이 없도록 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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