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말한다]한재규-'한국만화 원형사'

  • 입력 2001년 2월 23일 18시 48분


◇"한국만화 기원은 반구대 암각화"

"일본화풍 버리고 정체성 찾을때"

“우리 만화의 원형은 울산 반구대 암각화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명지대 만화예술창작과 한재규 교수(53·사진)는 현재 한국 만화계의 모습을 제대로 보기 위해 한국만화의 시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그 결과가 최근 발간한 ‘한국만화원형사’(이다출판사).

현재 만화계에서는 한국만화의 기원을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찾고 있지만 저자는 그보다 1500년 전인 선사시대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암각화.

“암각화는 빠른 이해와 연상작용을 가능케 하는 만화체의 그림이었습니다. 글이 없던 시대에 그림으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수단이었죠. 암각화의 간결하고 추상적인 표현기법이만화의 함축성과 맥이 닿아있습니다.”

이 암각화의 전통이 고구려 벽화로 이어졌고 풍속화나 민화 등으로 연결돼 내려온다는 것이다.

한국의 만화는 암각화 이후 근대에 이르기까지 붓으로 그린 필선(筆線)의 전통을 갖고 있다. 하지만 60년대 중반을 넘어오면서 일본 만화의 영향을 받아 대부분 펜선으로 바뀐다. 그리고 소수의 작가들만 필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여기서 저자가 선사시대까지 만화의 기원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하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

“국내 만화학과가 33개나 되는 등 양적으로는 팽창했지만, 일본 만화체를 답습한다거나 만화 기법에만 얽매이는 만화가들이 많아요. 하지만 문제는 기법보다 정신입니다. 우리 만화가 언제 어떻게 시작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됐는가를 밝혀, 우리 만화의 정신을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의 옳고 그름은 차치하고라도 일본 만화에 억눌려 있는 한국 만화의 가능성을 찾기 위해 한민족 얼굴의 원형, 미인관, 한국적 캐릭터, 복식 등을 두루 살펴보는 수고만큼은 인정해줄 만하다.

한 교수는 얼마전 타계한 만화가 김종래씨의 제자로 김씨의 화풍을 이어받아 주로 역사만화를 그려왔다.

“돈도 안되는 역사만화를 그리기 위해 집사람의 잔소리를 들어가며 상고사부터 수 천 편의 역사자료들을 모았습니다. 그 자료들이 이번 책을 쓸 때 큰 도움이 됐네요.”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