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어! 항아리속에 수학이 숨어있네"

  • 입력 2001년 2월 23일 18시 41분


언젠가 우연히 본 수학책 원서 이름이 ‘아름다운 결과(beautiful result)’였다. ‘아름다워?, 수학이?, 왜?’하며 혼자 웃었다.

끊임없는 계산과 수많은 공식정도가 내가 아는 수학이었으니까. 마치 수학은 입시를 위해 있는 과목처럼 보였다. 아무런 감상도 없이 머리를 훈련시키기 위한 괴로움. 가끔 엉뚱한 생각도 해봤다. ‘수학에도 상상력이 필요할까?’

이 책들을 처음 봤을 때 우선 유쾌했다. ‘수학 그림동화’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다른 책 처럼 수만을 강조하지 않고 그림책 이야기만으로도 참 재미있다. 수학교사였다는 작가의 생각이 드러나듯 그림이 치밀하고 섬세하다. 생활 속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고, 추상적 개념을 시각화한 면에서 성공적이다. 아이들과 수학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서일까.

‘즐거운 이사놀이’(6세 이상용)에서는 10까지의 묶음 수와 덧셈 뺄셈 개념을 열 명의 아이가 집을 이사하는 과정으로 그려냈는데, 아이만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가 쓰던 모든 물건이 꼼꼼히 옮겨가는 것이 그림책을 보는 재미를 더해 준다. 숨은 그림처럼 꼼꼼히 그려진 벽장식과 후추통과 롤러 브레이드, 전화기 등의 자리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좀 더 큰 아이들이 볼 만한 ‘항아리 속 이야기’(초등학고 3학년 이상용)에서는 곱셈의 원리가 나온다. 항아리 처럼 단순해 보이는 곱셈속에 숨어있는 바다같은 ‘수’의 무한성. 항아리 속의 바다와 바다 속의 섬과 섬 속의 성. 그 안의 마을, 마을 속의 집. 집 속의….왜 외워야 하는지 한 번도 의심없이 곡조에 따라 외웠던 구구단의 화려한 변신이었다. 문학적 상상력으로 만나는 수학.

이 책들을 읽으며 또 터무니 없는 생각에 빠진다. 수학 교과서는 이런 식이면 안 될까? 기본 개념 만큼은 상상력으로 가득하고 공들인 그림으로 배울 수 있다면 어떨까? 그래도 수학이 지겨울까?

수학그림동화 시리즈로 나온 책들인데 위에 소개한 책 외에 명제와 조건에 관한 ‘빨간 모자’(초등학교 1학년 이상), 덧셈 뺄셈에 대한 ‘신기한 열매’(초등학교 2학년 이상), 순열 조합에 관한 ‘아기 돼지 세 마리’(초등학교 5학년 이상)가 있다. 수학의 개념을 설명하지만 그것에만 얽매이지 말자. 수학을 빼고 읽어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다.

김 혜 원(주부·37·서울 강남구 수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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