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미당 시전집

  • 입력 2001년 2월 9일 18시 43분


10일은 고 미당 서정주 선생이 1941년 발표한 첫 시집 ‘花蛇(화사)’가 환갑을 맞는 날이다. 당시 100부를 제작한 원본은 수백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희귀하고 지금은 ‘미당 시 전집’(이하 ‘전집’)을 통해서만 전문을 볼 수 있다.

민음사는 최근 ‘전집’ 1권에 실린 ‘화사’ 작품에 오자가 적지 않음을 확인하고 서둘러 교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집’ 1권 63쪽까지 실린 ‘화사’ 시편과 원본을 대조해본 결과 10군데 이상이 다른 것을 발견한 것이다.

특히 한자 입력 실수로 인해 작품이 엉뚱한 해석을 낳거나 해독 불능에 빠진 경우도 있다. 시 ‘雄鷄(上)(웅계(상))’에서는 ‘기쁨에 嗚咽(오열)하니’가 ‘기쁨에 鳴咽(명열)하니’로, 시 ‘바다’에서 ‘피에젖은 國士(국사)’가 ‘피에젖은 國土(국토)로 잘못 적혀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시 ‘水帶洞詩(수대동시)’에서는 미당 고향의 ‘仙旺山(선왕산)’이 어찌된 영문인지 서울에 있는 ‘仁旺山(인왕산)’으로 바뀌어 있다. 이 밖에 시 ‘문’에서 ‘그득이 끄고’가 ‘그득히 뜨고’로 원본과 다르게 표기돼 있다.

아울러 전집 날개 부분과 책 말미에 실린 미당의 연보 중에서 미당의 제2시집 ‘귀촉도’(1948)와 제3시집 ‘서정주 시선’(1956)의 출간년도가 각각 1946년과 1955년으로 잘못 적혀 있다.

이같이 ‘전집’에 오류가 적지 않은 것은 시인이 1983년 ‘전집’ 1판 출간시 이를 꼼꼼하게 검토하지 않은데다 출판사도 원본 대조작업 없이 이를 모본으로 1991년 2판, 1994년 현재의 3판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연표조차 틀렸다는 것은 미당의 시 텍스트에 대한 학계의 연구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당의 작품을 연구해온 윤재웅 교수(동국대 국어교육과)는 “‘전집’은 앞으로 미당의 시를 비롯해 한국시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두고 두고 참고해야 할 역사적 정본(定本)이므로 사소한 실수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음사는 빠르 시일내에 ‘전집’ 개정판을 내고 상반기 중에는 ‘화사’ 복간본도 출간하겠다고 밝혔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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