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설치미술가 김상수 실험극 '섬' 9년만에 다시 무대에

  • 입력 2001년 2월 1일 18시 57분


극작가 연출가 설치미술가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온 김상수(43)의 창작 연극 ‘섬’이 9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92년 초연이후 9년만의 재공연이다.

이 작품의 무대는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활동해온 그의 이력을 보여준다.

무대에 설치된 16대의 TV 모니터는 지지직거리는 노이즈 화면에서 노란색으로, 청색으로 수시로 바뀐다. 무대 위 세 여성 연기자는 관객을 응시하면서 섬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 작품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을 배경으로 한 처녀의 이야기를 다뤘다. 낙도(落島)의 남자들이 고기잡이를 떠났을 때 처녀가 임신한 사실이 드러난다. 남자들 중 7명이 물에 빠져 죽자 섬 사람들은 이를 처녀의 부정(不淨) 탓으로 돌린다.

그렇지만 스토리는 작품의 이해를 위한 ‘길라잡이’에 지나지 않는다.

희곡과 연출을 맡은 김상수는 “‘섬’은 바다에 둘러싸인 고립된 상황과 의사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를 상징한다”면서 “이야기보다는 빛과 소리에 의해 이미지가 전달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광덕 김성미 이정화 등 세 여성 연기자가 동시에 무대에 등장하지만 다른 배역이 아니라 한 여자의 이미지를 연기한다. TV 모니터와 다양한 소리 등이 관객들에게 공감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93년 연극 ‘자장면’을 끝으로 연극 작업을 떠났던 김상수는 영화 ‘안개기둥’ ‘학생부군신위’의 시나리오와 2000년 새로운 예술의 해를 기념한 ‘월인천강지곡’의 예술감독을 맡았었다. 오후 4시 7시. 2만원. 02―2274―3507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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