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포럼]정세욱/지자체장 임명제 안된다

  • 입력 2001년 2월 1일 18시 37분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선심성 낭비성 예산집행, 불공정한 인사, 뇌물수수로 인한 구속사건 등이 늘어나면서 자치단체장의 책임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현격한 시각차가 나타나고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는 지방자치제를 실시하는 이상 단체장의 책임보장 방법을 선진국의 예에 따라 지방자치의 틀 속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행정자치부와 일부 국회의원들은 지방자치의 틀을 깨고 중앙집권화로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독립 감사-주민소환제 등 필요▼

지방자치의 틀 속에서 자치단체장의 위법 부당한 행위나 직권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자치단체 내부에 권력남용과 부패행위에 대한 통제장치를 도입하는 것과 주민에 의한 감시 통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전자는 자치단체장으로부터 독립적 지위를 가진 회계검사기관(감사관)을 설치하고 지방의회에 단체장에 대한 불신임 의결권을 부여해 감시 통제토록 하는 방법이다. 후자는 주민투표제 주민소환제 납세자 소송제도를 채택하는 방법이다.

첫째, 자치단체장으로부터 독립적 지위를 가진 감사기관을 두는 방안은 사기업의 조직편성방식에 근거를 두고 있다. 사기업이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와 감사를 따로 뽑아 감사로 하여금 대표이사의 지출을 감시 통제토록 하는 것처럼 미국의 많은 시에서는 시민이 시장과 시회계검사관 또는 시감사관을 함께 선출한다. 시감사관은 시민의 지지를 배경으로 시장의 위법 부당한 지출은 물론 미미한 회계상의 문제점까지 찾아내고 고발도 하며 매년 감사결과를 공표한다. 시감사관의 엄격한 통제와 감시 때문에 시장은 위법 부당한 지출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둘째, 지방의회에 자치단체장 불신임 의결권을 주고 남용을 막기 위해 자치단체장에게 의회해산권을 주는 방법이다. 일본에서는 자치단체장을 견제하기 위해 이 제도를 잘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풍토에서는 다른 정당 소속의 단체장을 축출하기 위해 이 제도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 또 앞으로 지방의원을 유급화할 계획이라면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하는데 소의회형에는 불신임제도가 적절치 않다. 따라서 이 제도를 채택하려면 불신임안의 발의 요건을 제한해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주민투표제는 자치단체장이 중요 정책을 결정하거나 과도한 주민부담을 요하는 사업을 하고자 할 때 유권자들이 결정권을 행사토록 해 단체장의 자의적 재정운용을 막는 제도로 지방자치에서 불가결의 요소다. 지방자치법에는 이 제도가 도입됐으나 정부는 투표절차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7년째 미루고 있다.

넷째, 주민소환제는 자치단체장이 위법 부당한 행정이나 재정운용으로 주민의 기대에 못미칠 때 주민들이 투표로 단체장을 해임하는 제도로 매우 강력한 주민통제 및 감시방법이다. 주민소환제는 단체장 직선제의 필수요건으로 미국과 일본의 자치단체들이 도입하고 있다.

다섯째, 납세자 소송제도의 채택도 필요하다. 경기 H시의 무리한 환경박람회 개최로 인한 시재정 낭비사건도 납세자 소송제도가 있다면 쉽게 시장에게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국회의원과 정부는 이같은 책임성 보장을 위한 법안은 마련하지 않고 기초자치단체장을 임명제로 전환하거나 부단체장을 국가직으로 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이 법안은 지방자치 이론과 상치될 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유례가 없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민선단체장들의 예산집행과 인사상의 문제점들을 그 이유라고 하지만 과거 관치시대에는 지금보다 지방행정에 부패가 적었으며 효율적이었다는 증거가 없고 불공정 인사 폐해는 지금보다 더 많았다. 임명제 시절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자치단체장 인사에 관여했을 뿐만 아니라 자치단체장에게 무리한 인사청탁을 해 자치단체의 불공정한 인사가 자행됐다.

▼정치권-중앙 간섭 최소화해야▼

지금은 시행된 지 5년반밖에 안된 지방자치에 ‘지원은 하되 간섭은 최소화하는 것’이 정치권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효율성은 민주성을 뒷받침할 때 정당성이 부여된다. 더 이상 지방자치로 인해 효율성이 낮아진다는 이유로 민주성을 부정하는 자치단체장 임명제와 부단체장 국가직화를 거론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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