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현장]김정일 국방위원장 고발되는 날 현장에서는…

  • 입력 2001년 2월 1일 16시 27분


"김일성, 김정일 부자는 한국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아웅산 사건, KAL기 폭파, 이한영 피살 등의 테러를 직접 지시한 장본인이며 국군포로를 억류하고 있는 범법자입니다"

1일 서울지방검찰청 기자실에서는 대한항공 858기 폭파희생자 유족회(858기 폭파 유족회)가 '김정일 고소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김정일의 한국 방문은 자신의 죄를 시인하고 사죄·보상이 선행된 후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발물에 의한 살인 등의 혐의로 고소한 858기 폭파 유족회 김형창 회장은 "지금 이 사회에서는 우리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분개하며 "국가보안법이 사실상 사문화 되었고, 김대중·김정일씨가 국가보안법을 고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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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858기 폭파 당시 아들(정중태·현대건설·당시41세)을 잃은 최창분(74)씨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너무 너무 억울합니다. 남편은 그 충격으로 쓰러져서 7년을 식물인간으로 살다가 죽었습니다"라며 "김정일이 눈 앞에 나타나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며 절규해 주변을 숙연케 했다.

이와함께 기자회견장에는 자유민주민족회의, 전몰군경유자녀회, 대한민국 건국회 등 국내 대다수 우익단체 인사들이 함께 참석해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오전 11시 국내외 언론사 기자들의 열띤 취재경쟁 속에 진행된 기자회견은 그동안 남북 화해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목소리를 낮췄던 우익세력이 대거 참석해 '시국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12개 우익단체로 구성된 '김정일 한국방문반대 범국민투쟁위원회' 이철승(자유민주민족회의)회장도 "전세계가 인정하는 전범자에 대해 인공기를 흔들며 환영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이 근본적으로 사라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유야무야 김정일을 그냥 가도록 내버려둔다면 전 국민이 궐기할 것"이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김정일이 방문했을 때 체포·구금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또 "우리나라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지켜져왔는지 모르는 젊은 사람들이 7할 내지 8할이 있다"고 전제하고 "이들에게 이북 뿐만아니라 이남의 언론·방송까지 김정일이 노벨상을 받아야한다면서 선전을 하니까 한국전쟁도 모르는 이 사람들이 '마취제'를 맞고 있는 것 같다"고 언론의 태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지난달 13일 판문점에서 월북을 시도했던 독일인 의사 노어베르트 폴러첸(41·독일 긴급의사회)씨가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이 북한에서 의료활동을 하다가 추방된 의사임을 밝힌 폴러첸씨는 "국경 인근의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조사하기 위해 다시 북한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밝혀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각 단체인사들은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열리고 있는 '국가보안법 개·폐정 반대 궐기대회' 참석을 위해 서둘러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한편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은 1일 일부 사회단체에서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대량학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고발한 것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민족정기와 정의를 살리는 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대한항공기 폭파사건으로 사망한 희생자의 대다수는 중동에서 귀국하던 한국의 노동자였다"며 "노동자 천국을 만든다는 공산당의 `수괴'가 노동자들을 참살한 것은 김정일이 반인류 반민족 전쟁범죄자임을 증명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검찰과 법원은 엄정한 수사와 재판으로 민족반역자 김정일을 단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위원장을 사법처리해야 한다는 우익단체들의 움직임속에 김 전대통령이 이들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서 앞으로 김위원장의 방한을 둘러싸고 심각한 이념논쟁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익단체 한 관계자는 전했다.

최건일/동아닷컴 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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