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사이버 '상록수'를 꿈꾼다-사이버 귀농학교

  • 입력 2001년 2월 1일 12시 02분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구제금융사태 이후 최악의 실업자 속출이 우려되는 가운데, 인터넷 '상록수'를 꿈꾸는 한 사단법인 귀농단체가 실업자를 위한 귀농 사이트를 개설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가 된 사이트는 충남 예산 귀농학교의 사이버 귀농교육 사이트인 농사아이닷컴(http://www.nongsai.com). 이 사이트의 운영자인 예산 귀농학교 교장인 김용필 목사는 1일 “막상 귀농을 하고 싶어도 시간과 경험이 없어 결심을 미루는 도시인들을 위해 이런 사이트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김목사는 사이버 귀농학교는 “1주에 1회 이메일로 부과되는 이론 과제를 통해 농사법을 습득하고 주말 등을 이용해 하루과정으로 현장실습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이론과 실습도 중요하지만 귀농 과정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주거와 상품판로 등까지를 힘 닿는 데 까지 돕겠다”고 밝혔다.

IMF 직후인 지난 98년부터 귀농학교를 운영해 그동안 180여 가정이 농촌에 정착하는 과정을 목격한 김목사는 무작정 농촌에 뛰어든 사람들이 상처만 얻고 떠난 경우를 많이 보았다고 가슴아파했다.

김목사는 “농촌에도 나름대로의 문화가 있는데 이를 전혀 모르고 뛰어들어 지역에서 '왕따'당하고 나오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며 “적어도 재배작물에 대한 상식, 농기계 다루는 법, 농사행정 등의 상식 정도는 알고 귀농해야 정착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 귀농학교를 만들기 전까지 김목사는 예산의 한 폐교를 보수해 만든 귀농학교에서 학생들을 1달간 합숙을 시키면서 교육을 시켜왔다. 지난 99년 2월 1달간 이 귀농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지금 경기도 동두천에서 토끼 농장을 하고 있는 강민석씨는 “지난 99년 IMF로 회사가 망해 귀농을 결심하고 이 학교에 다니게 됐다”며 “1달의 교육으로 농촌의 모든 것을 배울 수는 없었지만 김목사님의 도움으로 농촌에 정착하기 위한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소득이었다”고 밝혔다.

강씨는 “처음 농촌에 왔을 때 원리원칙만 내세우는 지역 공무원들의 횡포 때문에 울기도 했다”며 “농촌의 현실을 알고 귀농하는 데 사이버 교육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강씨와 같이 지난 99년 2월 이 학교를 수료하고 지금 강원도 홍천에서 양계 등을 하고 있는 이찬기씨는 “지난 99년 건설회사에 다니다 휴직계를 내고 이 학교를 다니게 됐다”며 “귀농학교의 경우 친환경농법 등 지금 농촌이 고민하는 것까지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또한 "김목사를 통해 농사법도 배웠지만 우리 땅에 대한 헌신적인 정신을 배운게 더 기억에 남는다"며 "어려운 농촌이지만 그때의 정신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 귀농학교는 지난 26일부터 4월 26일까지 3개월간 과수, 축산, 수도작, 채소, 버섯재배, 친환경농업 등의 12개 과정을 교육할 예정이다. 강사로는 고려대 원예과 출신의 유재영(사과재배), 영농후계자 윤병일(배재배) 씨 등 부분별 전문가인 지역선도농업인이 10인이 참여한다. 과정을 모두 수료하면 지역선도농가의 전문교육도 받을 수 있다. 예산 귀농학교는 그동안 해오던 1개월 합숙 교육도 2월부터 같이 해나갈 예정이다.

사이버 귀농학교의 3개월 수강료는 12만원. 김목사는 "예산 귀농학교는 무료로 운영돼 왔지만 그동안 누적된 실습비, 자재비와 이번에 사이트를 구축하는 데 든 비용 등 때문에 최소한의 교육비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세한 내용은 예산 사이버 귀농학교(041-332-8228)에 문의하거나 홈페이지(http://www.nongsai.com)를 참고하면 된다.

안병률/ 동아닷컴기자mok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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