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형근의음악뒤집기]보이밴드의 승리, 과연 계속될까?

  • 입력 2001년 1월 29일 17시 10분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중음악의 가장 큰 향유층은 10대 소녀들이다. 물론 대중음악이 그들을 위해 연주되는 것은 아니지만 10대 소녀들은 스타를 향해 열광적이고 끝없는 구애 작전을 펼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국내외의 인기구도를 설명하는 단어는 '보이 밴드의 강세'이다.

3달째 각종 가요 차트 정상에 '거짓말' 앨범을 올려놓은 'god'나 최근 'Black & Blue' 앨범을 8백 만장이나 팔아치운 '백스트리트 보이스'의 인기는 이를 증명한다. 특히 백스트릿 보이스는 지난 앨범 'Millennium'을 전세계적으로 3천만장 판매하며 팝뮤직의 역사를 새로이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80년 말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뉴 키즈 온 더 블록'(사진)을 기점으로 일기 시작한 10대 보이 밴드의 전성기는 90년을 넘어 현재까지 유효한 팝 음악의 히트 공식이다. 훤칠한 외모의 멤버 , 중복되지 않는 개인의 이미지 만들기, 무대와 음악 곳곳에서 나누어진 역할 분담으로 보이밴드의 전형을 만들고 있다.

팝의 전설 비틀즈가 4명의 멤버로 드럼, 베이스, 기타의 역할 분담을 통해 록음악의 전형을 만들어 낸 것처럼 보이밴드는 이미지와 마케팅이 결합된 하나의 기획으로 마케팅과 스타라는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가고 있다. 실제로 백스트리트 보이스는 미국 백인 중류층의 청소년을 모델로 멤버들이 모아졌고, '웨스트 라이프'는 아일랜드 출신으로 미국 시장 진출이 어려울 것을 예상,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는 고도의 전략으로 그 이름을 세계에 알렸다.

이런 이미지와 마케팅을 통한 보이 밴드들의 스타 거듭나기 과정은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96년 데뷔 앨범에서 '캔디'와 '전사의 후예'를 동반 히트시킨 'HOT'는 최초 귀여운 다섯 남자의 이미지에서 앨범 'High Five Of Teenagers'등을 통해 학원폭력, 소년. 소녀 가장 문제를 음악으로 소재로 삼아 10대의 대변자로 거듭나는 이미지의 변신을 시도했다. 그리고 이런 음악의 소재를 기반으로 한 언론 플레이는 HOT를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그룹으로 만들었다.

god 역시 철저한 이미지 관리와 마케팅을 통해 정상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 1집 앨범에서 '어머님께'를 통해 착한 남자의 이미지를 만들어 갔고, 모 방송의 '육아일기' 코너를 통해 편안하고 친근한 다섯 남자로 최고 인기 그룹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외 보이밴드의 이미지가 굳건해지는 만큼 음악성이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보이밴드의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인기가 90년을 기점으로 급속히 추락했으며 멤버들의 솔로 활동 역시 실패했다. 이어 뉴 키즈 온 더 블록을 지는 해로 만들었던 영국 그룹 '테이크 댓' 역시 솔로 독립 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로비 윌리엄스를 통해서만 회고된다.

국내에서도 HOT의 인기는 하락추세로 접어들었고, '젝스 키스'는 4년 동안의 짧은 활동을 끝으로 해체를 선언했다. 이외의 밴드들의 미래 역시 그리 황금빛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대중은 끝없이 새로운 이미지와 만나기를 원한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쉽게 자신이 열광했던 스타의 사진을 추억의 책장 안에 넣는다.

류형근 <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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