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모택동 비록

  • 입력 2001년 1월 19일 18시 41분


◇모택동 비록/산케이신문 지음/임홍빈 옮김/전2권 각 370쪽내외 9800원/문학사상사

“그의 방법은 늘 그래. 이쪽 세력을 조금 이용하다가 다음에는 저쪽 세력을 이용하지. 그렇게 해서 균형이 잡히게 하고 있는 거야.”

반(反) 마오쩌뚱(毛澤東) 쿠데타를 획책하다 실패해 한때 중국대륙의 2인자였던 아버지 린바오(林彪)와 함께 몽골 사막의 모래바람 속으로 추락한 린리궈(林立果)의 말. 이 책이 밝히는 그의 분석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마오의 정치적 역정을 의외로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인민의 생산력을 높이고자 한 대약진운동이 실패로 돌아가자 마오는 2선으로 후퇴하고 류사오치(劉小奇)를 내세운다. 류를 중심으로 한 실용파가 행정의 실권을 장악하고 소련에서 흐루시초프의 우상화 반대운동이 일어나자 위기를 느낀 마오는 문화대혁명을 발동, 류사오치를 숙청하고 린바오를 등용한다. 한때 2인자 위치를 굳힌 듯 여겨졌던 극좌파 린바오가 닉슨과의 교섭을 반대하자 그의 실권을 빼앗고 류사오치와 함께 실각했던 덩샤오핑(鄧小平)을 등용한다. 저우언라이(周恩來)의 죽음에 애도하는 소리가 높아지면서 민중들 사이에 실용주의 지지의 기운이 커지자 다시 덩을 갈아치우고 화궈펑(華國鋒)과 4인방 등 좌파를 대두시킨다….

이 책은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에 연재된 시리즈를 묶은 것. 지난해 일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취재반은 중국 역사의 격랑기인 1966년∼1976년을 마오의 무서운 용인술에 따라 분석한다. 권력을 분산시켜 상호 경쟁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게 한다. 잘못이 발생하면 ‘부르조아 사상에 물든 수정주의적 오류’ ‘극좌적 오류’ 등으로 아랫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고 자신은 철저히 민중의 친구이자 스승으로 역할을 한정한다.

‘비록(秘錄)’이라는 제목과 달리 특종성 폭로는 발견하기 힘들다. 그러나 관련자들의 증언을 생생히 청취하는 한편 199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50주년을 기해 비밀의 장막 속에서 나온 기록들을 꼼꼼히 뒤진 덕에 긴박했던 역사적 순간들을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화궈펑에 대한 4인방의 쿠데타 전야에 화궈펑은 군 원로인 셰젠잉(葉劍英)의 협조로 4인방을 사전에 체포함으로써 그 기도를 좌절시킨다. 밀사를 내세운 셰젠잉과 화궈펑의 접촉, 이를 배후에서 지켜보는 덩샤오핑의 신중함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곧 커다란 잔치가 있을 것이다’며 기념사진을 찍는 4인방의 오만함이 배경에 밑그림처럼 깔린다. 마오의 집요한 공격에 따라 차차 무너져내리는 류사오치의 모습은 한 시대를 마감하는 거대한 벽화로 무늬지워진다.

이 책은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마오와 문화대혁명의 전모를 삼국지처럼 흥미롭게 묘사했다’는 찬사와 함께 일본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기구치칸(菊池寬)상’을 받았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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