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외국인 '실탄' 얼마 남았나

  • 입력 2001년 1월 18일 18시 45분


“투자 비중으로 볼 때 외국인의 ‘실탄’은 이제 바닥이 났다. 여기서 더 주식을 사들인다고 하더라도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다.”

“외국인을 너무 우습게 보고 하는 이야기다. 뮤추얼펀드에 돈이 넘쳐 나고 있고 장만 받쳐준다면 아직도 2조원 정도는 거뜬하다.”

연초부터 무서운 기세로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두고 증권가가 소란스럽다. 연초부터 2조3000억원을 순매수했고 지수도 20% 가까이 올랐으니 이제는 팔 때가 됐다는 주장과 이머징마켓의 추가 상승 여력을 고려해 볼 때 추가 매수자금 유입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결과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아직은 매수 여력이 있다는 쪽이 우세한 형국.

▽“살만큼 샀다”〓17일 외국인들이 선물시장에서 1500계약을 매도하고 순매수 규모도 330억원으로 줄이면서 증권가의 시선은 온통 외국인에게 쏠렸다. 물론 18일에는 다시 1833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지만 매수 규모를 감안할 때 한번쯤은 외국인의 매도 타이밍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는 게 중론. 금주 들어 매수세가 주춤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신한증권 리서치센터 정의석 부장은 “외국인의 집중 순매수는 길어야 보름 정도”라며 “이미 많은 양의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에 매수세가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규모는 크게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증시 관계자는 “연초 외국인 유입 자금은 낙폭 과대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했는데 이제는 주가가 20% 이상 올랐다”며 “외국인 관심 주요 종목의 투자 비중도 사상 최고 수준이어서 추가 매수세 유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실탄은 충분하다”〓투자 수익만으로 볼 때 한국 시장은 아직 매력적이라는 게 ‘실탄충분론’의 근거. 펀드별로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비중이 정해져 있지만 이머징마켓의 주가 상승 여력을 감안한다면 얼마든지 투자 비중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이정호 과장은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외국인들이 4조원 가량을 집중 순매수한 선례를 감안한다면 아직 ‘실탄 논쟁’은 이른 감이 있다”며 “대만 등 이머징마켓에 대한 관심은 아직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머징마켓 펀드의 현금 비중 확대와 헤지펀드의 추가 유입도 순매수 기조를 뒷받침할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도 “단기성 자금이 빠져나갈 시점은 됐지만 장기 펀드의 추가 유입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규모는 줄지 몰라도 순매수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정보부장은 “이머징마켓 이외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에 지수 650선까지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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