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신음하는 부평 '대우차 상권'

  • 입력 2001년 1월 18일 01시 26분


“손님구경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입니다. 대우차 부도여파로 우리도 ‘동반추락’하고 있습니다.”

16일 낮 12시반. 인천 부평구 청천2동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앞 음식점 거리.

이곳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일순씨(45)는 “대우차 부도이전 점심시간대에는 대우차 직원들이 몰려들어 발디딜틈 없었으나 요즘은 고작 1∼2명이 전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3개월전만 해도 대우차와 협력업체 직원들로 붐볐던 이곳은 한산하기만 하다.

“한때 손님들이 1, 2층 70석을 모두 차지할 정도 였으나 지난해 대우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에 들어가면서 절반으로 줄더니 요즘은 아예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1998년부터 공장앞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문모씨(40)의 하소연이다.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불야성을 이루던 유흥업소 간판들도 차츰 꺼져가고 있다.

부평공장과 가까운 갈산, 청천동 일대 각종 대중 업소는 1000여개. 이 업소들은 지난해 11월말 대우 부도이후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 50여개 업소는 아예 문을 닫았다.

오락실, 미용실, 음식점, 일반학원, 호프집 등 대부분 업소에는 손님이 끊겼으며 전신주와 담장에는 ‘상가 급매물’ 전단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갈산부동산중개업소 김모씨(46)는 “대우차 부도이후 15% 가량 되는 업소가 매물을 내놓은 상태이지만 거래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2년전만 해도 이 일대 상가마다 형성됐던 7000∼1억원(30평기준)의 권리금은 없어진지 오래다.

부평공장 인근 대형 할인매장도 사정이 비슷하다. 대우차와 협력업체 직원들이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H마트 부평점은 지난해 말부터 매출액이 40%이상 줄었다.

대우차 부도파장은 협력업체에도 깊은 상처를 주고 있다.

지난 5일에는 대우차에 차체 부품을 공급하던 홍일산업(주)이 3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한 직원 160여명이 작업을 거부하면서 공장 가동을 멈췄다. 인천지역 대우자동차 1차 협력업체는 59개. 이 가운데 7개 업체가 부도가 나 1000여명의 근로자가 사실상 실직상태에 놓여있다.

또 협력업체에 종사하고 있는 3만9000여명의 직원들도 제때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2, 3차 협력업체들의 연쇄 부도도 시간 문제다.

한편 대우차 부평공장 직원 1만2000여명 가운데 2000여명이 부도 이후 퇴사했다. 사무직 과장급이상 300여명은 이달말까지 의원퇴직형식으로 정리된다.

직원 김인식씨(42)는 “지난해 9, 10월달 월급이 아직 지급되지 않고 있는데다 수당도 줄어 아파트를 팔아 전세로 옮겨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천〓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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