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韓-대만계 대표 충돌, 조선진-왕리청 4승4패로 호각

  • 입력 2001년 1월 10일 18시 57분


“이번 일본 기세이(棋聖)전 도전기가 재미있겠어요. 도전자인 조선진(32) 9단의 최근 기보를 보니까 싸움을 아주 잘하더라구요. 바둑에 힘이 붙었어요. 현 타이틀 보유자인 대만출신의 왕리청(王立誠·43) 9단도 최근 바둑 내용이 매우 충실해요.” (최규병 9단)

일본 1위 기전(상금 3300만엔·한화 약 3억6000만원)인 기세이전 도전 7번기가 12, 13일 대만에서 열리는 1국을 시작으로 개막된다. 이번 기세이전은 ‘포스트 조치훈’ 시대의 향방을 가늠하는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또 일본 바둑계를 양분하고 있는 한국과 대만계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최 9단의 말처럼 이번 도전기에서 어느 한쪽의 우세를 점치기가 매우 어렵다. 두 기사의 기세가 모두 대단하기 때문.

조 9단은 지난해 여름 혼인보(本因坊)를 상실하긴 했지만 직후 열린 속기전인 아함동산배를 쟁취한 뒤 같은 기전 중·일 우승자 대결에서 중국의 1인자 저우허양(周鶴洋) 8단을 꺾었다. 또 최근 메이진(名人)전 리그에도 진입했고 혼인보전 본선에서도 2승 1패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왕 9단도 지난해 기세이전을 따내면서 절정기를 누리고 있다. 제2회 춘란배에서 중국의 마샤오춘(馬曉春)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으며 LG배 세계기왕전에서도 4강에 올라 있다. 또 최근 오우자(王座)전에서 조치훈 9단을 3대1로 꺾으며 3연패를 달성하는 등 어느 때보다 기복없고 충실한 기량을 보이고 있는 것.

두 기사의 역대 전적도 4승 4패로 호각세. 두 기사의 각오 또한 대단하다.

“어렵게 오른 정상을 꼭 지키겠다.” (왕 9단)

“모처럼 잡은 찬스인 만큼 후회없는 도전기가 되도록 온 힘을 쏟아 붓겠다.” (조선진)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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