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게 이렇군요]출처 못밝힌 413억 누구손에?

  • 입력 2001년 1월 10일 18시 06분


여야는 10일에도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 사건을 놓고 열띤 공방을 계속했다. 여야 주장을 통해 이 사건의 풀리지 않는 의문점을 짚어 본다.

▽안기부 예산 맞나=한나라당은 이날 15대 총선 때 신한국당에 전달됐다고 검찰이 밝힌 안기부 돈은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당시 안기부예산이 5000억∼6000억원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이 중 1000억원을 신한국당에 줬다면 안기부가 어떻게 살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안기부의 세입 세출 예산 내역을 밝혀 보자. 회계정리가 다 돼있을 것이니, 정말로 신한국당에 줬다면 구멍이 나있을 것이다"는 말도 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아무리 안기부 예산이라고 해도 국회 정보위에서 심사했을텐데, 1000억원이나 되는 돈이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갈 수 있느냐"고 말했다.

안기부 후신인 국정원에서 일했던 민주당 인사들도 안기부 예산이 아닐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한 의원은 "신한국당에 국고 발행 수표로 전달됐다고 하지만, 공식 예산을 한꺼번에 빼낼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고, 다른 한 의원은 "혹시 92년 대통령선거 때 쓰고 남은 돈을 예산으로 위장해 숨겨두었던 것이 아닌가"라고 추측했다.

▽'413억원'의 행방은=여권은 안기부에서 신한국당으로 유입된 1192억원중 아직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413억원이 이번 사건의 또 다른 '뇌관'이 될 것이라며 은근히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그동안에는 당시 총선 후보 개개인에게 지급된 돈이 문제가 됐지만, 이 413억원의 행방이 밝혀지면 또 다른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는 암시였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실제로 "413억원의 사용처가 향후 정국의 핵심 화두가 될 것"이라며 "파렴치한 일이 드러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언론이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사건을 양비론으로 끌고 가고 있는데, 413억원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밝혀지면 단번에 여론이 정리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413억원의 행방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에선 "구여권 핵심 인사의 차명 계좌에 아직까지 사용되지 않은 상태도 남아 있다더라", "외부에 공개되지않은 정치권의 부도덕 행각에 사용됐다고 하더라"는 등의 얘기가 나돌고 있다.

▽명단유출 책임 떠넘기기=핵심 관심사 중 하나인 안기부 돈 지급 내역 명단의 유출 범인은 아직 파악되지않은 상태. 이 때문에 검찰, 청와대, 민주당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검찰측은 청와대를 의심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자료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된 만큼 그 중간과정에서 유출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것. 일부에선 심지어 "청와대 모 인사가 특정언론사와 가깝다더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청와대측은 물론 펄쩍 뛰었다. 한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자료를 어느 누가 흘릴 수 있느냐"며 "말도 안되는 음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측은 대신 검찰 내부, 또는 검찰의 청와대 보고 과정에서 빠져나간 자료가 민주당을 통해 언론사에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민주당측은 "당내에는 절대 리스트가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당이 리스트를 입수할만한 위치에 있느냐, 일만 나면 당 탓을 한다"고 하소연했다.

<송인수·윤영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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